밝고 명랑해보이기만 하던 배우 이영은(29)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이달 둘째주 종영을 앞두고 있는 SBS 일일극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오신영이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부터다. 걱정없이 살아가다가 남편 최원영이 첫사랑 오윤아와 얽히면서 시련을 겪게 되는 인물이다. 의사의 실수로 뱃속의 쌍둥이를 잃고, 그 사이에 남편이 오윤아와 다시 만나게 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상황의 연속으로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논스톱4'로 데뷔해 '풀하우스' '산부인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 등의 작품에서 발랄한 역을 도맡았던 이영은에겐 말 그대로 '변신'인 셈이다.
-감정신이 많아 힘들었을 것 같다.
"그동안 부각됐던 밝은 면 대신 어두운 면을 끄집어내려 했다. 끊임없이 오신영이란 인물에 대해 생각을 했다. 매 신이 끝나고 나면 그 당시의 감정과 내가 느꼈던 것들을 대본에 일일이 적어두고 다음 신과 연결시키려 했다. 그래도 감정흐름을 놓칠 때가 있었다."
-체력적인 문제는 없었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를 끝낸후 쉬지도 못하고 바로 '당신이 잠든 사이'를 찍기 시작했다. 위와 장이 안 좋아져 입원도 했었다. 드라마를 찍을 때 신경써서 먹고 싶은 걸 양껏 챙겨먹었는데도 힘들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 링거를 맞았다. 그렇게 자주 맞았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카드내역을 정리하다보니 엄청나더라. 예전엔 잉어즙도 먹었는데 비려서 포기하고 이번엔 흑염소 팩을 먹었다."
-주연이라 더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주연이기도 했고 안 해봤던 캐릭터라 걱정이 많았다. 지금도 그 많은 대사를 어떻게 다 소화했는지 모르겠다. 하루는 촬영장에서 대본을 외우지 못해 쩔쩔매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마지막 촬영을 끝냈는데 다행히 현실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
-드라마 속 의상 스타일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루즈한 스타일의 평상복 등이 예쁘게 보였던 것 같아 다행이다. 원래 내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한다. 옷을 워낙 좋아해서 드라마 속 스타일을 만들어낼 때도 직접 관여하면서 함께 만들어나갔다."
-외모가 여전히 어려보여서 연기하는데 제약을 받지는 않나.
"그런 면이 없진 않다. '논스톱4'의 이미지가 아직 강하다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갑자기 이미지를 확 바꾼다기보다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거부감이 없도록 조금씩 해나가려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캐릭터는 내게 큰 도전이었다. 앞서 '조선추리활극 정약용'에서 연기한 다모 캐릭터도 나름 변신을 시도해본 작품이었다."
-일일극을 하고 난 뒤 변화가 있다면.
"할머니들이 많이 알아봐주신다. 식당가에 가면 완전 스타다.(웃음)"
-이제 나이가 좀 들었다는 생각도 드나.
"친구들이 거의 결혼을 했다. 마지막 '절친'까지 곧 시집을 간다. 친구들이 자꾸 결혼하는 걸 보니 기분이 이상해진다. 함께 방송을 했던 당시 아이돌 가수들이 어른이 된 걸 느낄 때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는데 조금은 생각이 바뀐다. 무작정 손 놓고 있어서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남자친구는 없나.
"꾸준히, 계속 없었다. 언제 남자친구가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혹시 큰 상처를 받은 적이 있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연애나 결혼은 나와 별개라고 생각한채 일에만 빠져있었던 것 같다. 유독 나를 가둬두고 워커홀릭처럼 살았다. 그런데 확실히 나이가 드니깐 좀 바뀌는 걸 느낀다. 이젠 대충 모자 눌러쓰고 바깥에도 잘 나간다. 창피한 게 없어지고 털털해지는 것 같다.(웃음)"
-연기 외에 새로운 도전을 한 게 있다면.
"통기타를 배우고 있다. 워낙 음악을 잘 모른다. 듣는 것 역시 편식을 해왔다. 리듬감도 없어 언젠가 한 번 배워보고 싶었다."
-평소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해왔었는데.
"그런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좀 무거운 역할을 하다보니 실제로도 자꾸만 기분이 다운되는 걸 느꼈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좀 밝은 작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나를 보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