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 방송를 막론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다. 연기자·가수·모델 등 그 종류도 다양해 방송사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찍어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면서 프로그램 간의 경쟁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제작진은 방송의 특색을 잘 살리고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심사위원을 섭외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데 한 몫하고, 동시에 대중에게 사랑을 받은 심사위원은 누굴까. 최근 1년간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중 대중에게 합격점을 받은 '베스트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온라인 리서치 전문 사이트 틸리언(Tillion) 투표로 결정했다. 총 6952명이 투표했다.
1위 김태원(24%)프로그램명 : MBC '위대한 탄생' 시즌1
심사 스타일 : 심사위원계의 헬렌켈러
어록 : "3등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3류는 안됩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느껴진다. 김태원은 심사평을 할 때 자신의 버라이어티한 경험에서 느꼈던 바를 적재적소에 풀어낸다. 이런 이유로 아무리 강한 멘트를 해도 독설이 아닌 조언으로 들리고, 심지어 따뜻한 마음까지 느껴진다. '위대한 탄생' 생방송 무대에서 자신의 멘티가 탈락했을 때는 짙은 선글라스 뒤로 눈물을 흘려 감동을 자아냈다. '위대한 탄생'이 끝난 후 멘티들을 자신의 소속사 가수로 끌어안았을 때는 "책임감 있는 심사위원이자 멘토"라며 네티즌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위 이승철(17%) 프로그램명 : Mnet '슈퍼스타K3'
심사 스타일 : 할 말은 하는 원조 독설가
어록 : (투개월 무대를 본 후 김예림을 향해) "인어가 사람을 홀리는 듯한 묘한 보이스다." 이승철이 가수에 이어 심사위원이라는 딱 맞는 옷을 찾았다. 그는 '슈퍼스타K' 시즌 1부터 '독설가'로 불리며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심사는 더욱 까다로워지고 멘트는 더욱 독해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독설에 열광하고 있다. 방송에서 비춰질 이미지 때문에 몸을 사리는 여느 심사위원과 달리 그는 '할 말은 하는' 심사평으로 지지를 얻고 있다. 만약 독설만 퍼부었다면 이 만큼 인기를 얻지 못했을 터. 그는 가창력이 뛰어난 인재를 발견했을 때는 아낌없는 극찬을 쏟아낸다. 심사를 할 때 완급조절이 가능한 이승철에게 네티즌들은 '전문 심사위원'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3위 윤종신(12%)프로그램명 : Mnet '슈퍼스타K3'
심사 스타일 : 깐죽거리는 촌철살인
어록 : (참가자 민훈기의 외모를 지적하며) "눈이 금 그어 놓은 것 같다. 정말 금 같은 눈이네요."윤종신은 '심사위원은 위엄있고 카리스마가 있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그는 방송에서 농담과 진담을 오가는 심사평을 해 화제를 모았다. 진지할 때는 한 없이 진지하지만 재밌을 때는 배꼽 잡을 만큼 재밌다. 가는 목소리와 깐죽거리는 말투로 툭툭 내뱉는 그의 말 한마디에 출연자들은 긴장을 하기도 하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심사위원이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 감칠맛을 더하는 역할까지 완벽히 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위 박칼린(7%)프로그램명 : tvN '코리아 갓 탤런트'
심사 스타일 :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심사위원
어록 : (참가자의 난해한 실력에) "시간을 낭비하는 거지… 패버리고 싶다." 박칼린은 말 보단 표정으로 심사를 한다. 재능이 넘치는 출연자의 무대를 볼 때는 눈빛부터 반짝거린다. 하지만 형편없는 무대를 볼 때는 고개를 돌리거나 미간을 찌푸리며 가차없이 탈락 버튼을 누른다. 감동스러운 무대를 보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그의 표정도 일품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생각이 그대로 전해질 정도로 박칼린을 심사를 할 때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심사위원 석에 앉아만 있어도 느껴지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그가 '베스트 심사위원'이 되기 충분하다.
공동 5위 윤미래(6%)프로그램명 : Mnet '슈퍼스타K3'
심사 스타일 : 평가도 즐기는 심사위원
어록 : "…." (말 보다는 리듬타는 제스처)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따뜻한 멘토링이 인상적이다.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날카로운 평가와 지적을 퍼붓는 이승철 윤종신과 달리 참가자를 아우르는 독특한 힘이 있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말투와 표정으로 참가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게 특징. 흥을 돋우는 무대에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호응하고 애절한 사연을 가진 참가자의 노래를 듣고선 눈물 흘릴 만큼 심사위원의 권위적인 자세를 내려놓았다. 이효리·엄정화 등 대표적인 여자 심사위원들과 차별화 된 윤미래만의 독창적인 심사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공동 5위 김연아(6%)프로그램명 : SBS '키스 앤 크라이'
심사 스타일 : 심사보다는 국민여동생
어록 : (김병만 연기를 본 후) "내가 지금까지 본 피겨 연기중 최고였다." 웃음과 전문성이 적절히 가미된 심사평이 인상적이었다. 힘들게 연습한 연예인들을 지적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객관적인 평가와 유머감각으로 풀어냈다. 특히 순간순간 나오는 얼굴표정은 백 마디 말을 대신했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평가순간을 지배했고 넉살좋은 웃음으로 '국민여동생'의 모습을 유지했다. 빙판 위를 수놓았던 스케이팅 실력을 심사위원석으로 가져와 색다른 해설의 묘미를 보여줬다.
7위 장윤주(5%)프로그램명 : 온스타일'도전 수퍼모델 코리아2'
심사 스타일 : 혼자만 진지, 시청자는 웃지
어록 : "아쉽지만 탈락입니다. 이번이 끝이 아닌 거 알죠?" 거침없는 예능감을 심사위원석에서도 발휘했다. 모델 선배로서 참가자들에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실된 조언을 해줬다. 한껏 긴장된 참가자들을 안정시키는 재기발랄한 입담으로 맡은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결승전 무대가 끝나고 참가자들을 향해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누구보다 프로그램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리=김연지·배중현 기자 [yj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