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고춧가루 부대'라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광주가 9일 열린 K-리그 대구 원정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최근 4경기 2승2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성남(3-1 승) 부산(2-2 무) 울산(0-0 무) 등 6강을 노리는 팀들이 광주에게 발목을 잡혔다. 최만희 광주 감독은 "6강을 노리는 팀들에 허약하게 무너지지 말자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서서히 팀 컬러가 잡혀가고 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경기를 마친 소감은.
"대구육상대회가 끝나고 대구스타디움에서 하는 첫 경기에 관중들이 많이 와 응원했는데 원정팀이 이겨서 대구에 미안하다. 프로는 승부를 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대구나 우리나 6강 PO는 못 들어가지만 팬들 앞에서 경쟁력있는 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광주를 각인시키는 기회가 됐다. 이제 광주는 내년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오늘은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줬는데 기선을 잡았다. 후반에 몰릴 때도 실점하지 않고 침착하게 뛰어준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젊은 선수들이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줘 감독으로서 고맙다. 팀 컬러가 만들어지고 있다. 내년에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선제골 넣은 정우인이 인상적이다."원래 수비수인데 오늘은 포지션을 바꿨다. 수비에서는 마크를 놓치기도 하는데 오늘은 잘 했다. 내년 변화를 위해 이 스쿼드로 실험했는데 시작하자마자 골을 넣었다. 우인이가 선제골을 넣은 게 승리 원동력이 됐다."
-오늘 승리로 12위로 올라갔다. 남은 3경기 목표는 무엇인가."몇등이라기 보다 매경기 최선 다하겠다. 전남, 수원, 대전과 경기가 남았다. 부산과 울산도 우리와 비겨 승점을 못 땄다. 전남도 우리를 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6강에 올라가든 안 올라가든 우리에게는 상관 없다.
우리 선수들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내년에 승강제를 실시하는데 복잡한 문제가 많아 머리가 복잡하다. 그래도 올해 대표팀에도 많이 선발됐고 리그에서도 생각보다 많이 이겼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언론에서 좀더 광주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최근 광주가 고춧가루 부대로 불리고 있다."전라도 김치가 유명한데 양념이 태양초 고추라 맛이 더하다. 태양초가 맛있다. 필요하면 내가 보내줄 수도 있다(웃음). 6강에 올라가는 팀에 단순하게 무너지지 말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오늘은 박병주·김수범·허재원 등 주전을 뺐다. 지든 이기든 해보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잘 해줬다. 대구 선수들은 마음에 부담이 있었다."
대구=오명철 기자 [omc1020@joongang.co.kr]
사진=정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