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포스트시즌 탈락한 두산에 시즌 막판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생겼다. 간판 타자 3명이 벌이고 있는 타율 3할과의 싸움이다.
넥센과 마지막 2경기를 남겨둔 4일 현재 두산에서 3할이 넘는 선수는 김현수(0.301) 양의지(0.301) 이종욱(0.303) 세 명이다. 롯데와 함께 최다를 자랑하지만 문제는 셋 다 간신히 3할을 넘기고 있다는 것. 최악의 경우 모두 3할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지난달 28일까지만 해도 이종욱만 딱 3할을 맞췄고 김현수와 양의지는 2할9푼대였다.
만일 5~6일 넥센전에서 동반부진하면 두산은 2006년에 이어 5년 만에 4강 탈락과 동시에 3할 타자 배출에도 실패하는 수모를 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세 명 모두 반드시 3할을 지켜야 될 개인적인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타격기계' 김현수에게 3할은 마지막 자존심이다. 2008년 혜성같이 나타나 2009년까지 2년 연속 0.357이라는 고타율을 기록한 후 김현수의 3할 능력을 의심한 이는 없었다. 기대에 못미쳤던 지난해도 막판 몰아치기로 0.317을 기록했다. 김현수가 올해도 3할을 넘기면 4년 연속 3할 타자가 된다. 홍성흔(롯데)과 함께 현역 최다로 명실공히 최고 교타자로 명성을 이어갈 수 있다.
김현수는 그동안 "홈런을 치고 싶을 뿐 타율에는 별 욕심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하지만 9월말 타율이 0.293까지 떨어지자 "방망이를 짧게 잡고서라도 맞히는 데 주력하겠다"며 팔을 걷어 부쳤다. 곧바로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 지난 1일부터 LG와 3연전에서 7안타를 몰아쳤다. 첫날 1홈런 포함 4타수3안타로 0.297로 끌어올리더니 이튿날 또 4타수3안타를 쳐 간단히 0.301을 만들었다.
양의지에게는 데뷔 첫 3할이 걸려있다. 데뷔 5년째던 지난해 20홈런을 치며 '중고' 신인왕을 차지하긴 했지만 타율은 0.267에 불과했다. 올시즌 장타력이 준 대신 정확도가 크게 향상돼 3할2푼대의 타율을 유지하다 막판 힘이 떨어지면서 2할대와 3할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1~2일 안타를 치지 못해 0.298로 떨어졌으나 3일 2안타를 쳐 간신히 3할을 회복했다.
셋 중 최고참인 이종욱은 다소 여유가 있다. 4타수 무안타를 쳐도 3할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히 3할을 맞추고 있는 통산 타율을 생각하면 방심할 수 없다. 지난 1일 LG전에서 슬라딩을 하다 손가락을 다쳐 남은 2경기에 무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동환 기자 [hwanyh@joongang.co.kr]
사진=임현동,김민규,이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