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석·김상호·김정태·박철민 등 명품 조연 혹은 미친 존재감으로 불리는 배우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오랜시간의 무명생활을 거쳐 40대 불혹의 나이에 결국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생 동갑 스크린 스타: 고창석·김상호·류승룡고창석·김상호·류승룡은 1970년생 동갑이다. 올해 41세. 이병헌·차승원 등 다른 동갑 스타들이 일찌감치 스타로 자리매김한 것에 비해 출발은 늦었으나 그 이상의 존재감으로 TV와 스크린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고창석은 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봉감독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능청스러우면서도 코믹한 연기로 호감을 샀다. 이어 '의형제'에서는 베트남 출신의 노동자로 나와 배꼽을 잡게 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 출연을 통해서는 좀더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그와 똑같이 닮은 '붕어빵' 딸까지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차기작으로 차태현과 함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찍고 있다.
김상호는 올해 영화 '모비딕'과 '챔프'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였다. '모비딕'에서는 지방신문에서 서울로 발탁된 사회부 민완기자를 연기했고, '챔프'에서는 기마경찰대의 어수룩한 경찰관 역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당나귀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는 장면이나 차태현과 다툼 중에 드러누워서 발로 싸우는 대목은 그의 달관한 듯한 코믹 연기를 확인하게 한다.
류승룡도 빼놓을 수 없는 명품 배우다. 최근에는 500만 관객을 넘어 순항 중인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카리스마 가득한 청나라 장수 역을 보여줬다. 한국말도 중국말도 아닌, 만주어를 내뱉는 말투와 표정은 그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영역처럼 감탄을 자아낸다.
▶드라마 속 미친 존재감: 김정태·김뢰하·김광규드라마 속에서도 불혹 안팎의 명품 조연들이 활약하고 있다.
인상깊은 조연에 머물던 김정태는 최근 케이블 채널 CGV의 TV 무비 3부작 '소녀K'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암살조직의 전직 대장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잠적했다가 다시 복수에 나선 인물을 맡아 과감한 액션을 보여줬다. 사실상 첫 주연이라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총격전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이전 '해바라기' '인사동 스캔들' '체포왕' 등에서 조폭이나 형사 등 웃음과는 거리가 먼 역할을 주로 했다면 최근에는 '1박 2일'에서 보여준 코믹 재능으로 인해 다양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문채원·박시후 주연의 KBS 2TV 사극 '공주의 남자'에서는 김뢰하의 연기가 두드러진다. 김뢰하는 마포나루 유곽 빙옥관의 두목으로 출연한다. 승유(박시후)의 정체를 알고서도 저버리지 않는 의리의 사나이다. 선굵은 외모와 투박한 표정·몸짓에서 드러나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절제된 연기력도 그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사실 그는 수많은 영화에서 악인의 이미지로 등장했다. 대표적인 게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 이병헌과 조직의 차기 보스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상대였다. 거기서부터 그의 카리스마는 남달랐다.
김뢰하가 주로 남성미에 호소한다면 SBS 주말극 '여인의 향기'에서의 김광규는 여성적이면서도 코믹한 연기로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여행사의 평범한 노총각 회사원인 윤봉길 과장 역이다. 여전히 일에 서툴고 민폐만 끼치는 인물이다. 그러나 밤만 되면 윤봉길은 새사람으로 태어난다. 가발을 쓰고 람세스라는 별명의 탱고 댄서로 변신해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이전에 한예슬·오지호 주연의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보여줬던 코믹 연기에 댄스 액션을 더해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셈이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