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 1세대 원조 아이돌 HOT의 장우혁(33)이 5년 만에 신보 '아이 엠 더 퓨처(I Am The Future)'를 발표했다. 평균 열 살은 어린, 현역 아이돌도 울고 갈 강력한 고난도 댄스를 앞세워서다. HOT 2집 '위 아 더 퓨처'에서 주어를 '나'로 바꾼 '아이 엠 더 퓨처'는 장우혁의 집념이 묻어나는 일종의 선언처럼 들린다.
또래의 원조 아이돌 가수들이 방송 MC로 슬쩍 자리를 옮기고 발라드로 전향하는 트렌드에 신랄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1세대 아이돌이 나이, 환경을 탓으로 예전 댄스음악의 끈을 너무 쉽게 놓는 게 안타깝다. 쉽게 포기하지 않기 위해 지난 몇 년간 지독하게 나를 단련했다. 50대 댄스가수,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내가 증명하겠다."
-'아이 엠 더 퓨처'는 어떤 의미인가."몇년 간 일반인의 관점에서 가요계를 지켜봤는데 댄스 아이돌들이 너무 빨리 늙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발라드로 음악을 바꾸고 쉽게 방송인이 되는 현실이 답답하다. 앨범 판매량이라는 현실이 자꾸 타협을 하게 만들지만, 분명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 부딪쳐 현실을 바꾸고 미래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선례가 없으니 내가 미래가 돼야 하지 않겠나."
-엄청난 퍼포먼스가 화제다. 체력적인 부담은 없나."너무 힘들다. 예전에는 하루종일 춤춰도 괜찮았지만 요즘엔 가요 프로그램 하나만 하고 나와도 쓰러질 것 같다. 하하. 그래도 잘 관리하면 되지 않겠나. 아이돌 시절에 몸을 혹사해 군입대를 앞두고 건강에 이상이 왔다. 관리 안하면 끝이란 절박함 때문에 건강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겼다. 저염식으로 식단을 바꾸고 절제하고 또 절제했다. 담배도 끊고 술도 거의 입에 안댔다. 오전 8시에 피트니스 센터로 가 운동을 하고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하루종일 머릿속으로 안무만 짰다. 오전 8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직장인 생활이었다. 영화 '블랙스완'을 보면서 동병상련을 느꼈다."
-팬들 반응도 좋지만 특히 후배 아이돌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사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신기하다. SBS '인기가요'에서 사전녹화를 하는데 아이돌 후배들이 객석에서 내 무대를 지켜본 후 기립박수를 치더라. '존경한다'면서 대기실로 와 인사를 하는데 현실감이 없었다. 워낙 오랫동안 쉬다가 나와서 가수 모드가 아니라 아직 일반인 모드다."
-타이틀 '시간이 멈춘 날'은 퍼포먼스가 아주 독특하다. 노래도 처음으로 제대로 부른 것 아닌가."예전엔 랩송만 불렀다. 래퍼였으니까. 하지만 이젠 노래도 부를 수 있어야 할 것 같아 쉬는 동안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 멜로디가 쉽고 편안한 노래라 퍼포먼스는 행위예술처럼 보이도록 특이하게 꾸몄다. 노래는 쉽지만 무대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이고 싶었다. 전문 백업댄서가 아닌 스트리트 댄서팀을 섭외해 기존 댄스가수 무대와 다른 질감의 무대를 구상했다. 달 착륙한 아폴로 11호 우주인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우주복도 하얗고 HOT를 상징하는 풍선도 하얀색이라 잘 맞아 떨어졌다."
-너무 꼼꼼하고 치밀해 주변 스태프를 괴롭히는 가수란 소문이 있던데."하하. 맞는 것 같다.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려면 어쩔 수 없다. 인기나 돈도 중요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최고의 무대를 보여야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다. 그러니 주변이 힘들겠지. '장우혁은 늘 새로운 스타일로 돌아온다'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싶다. 물론 아주 힘들겠지만."
-HOT 시절 뜨거운 인기는 그립지 않나."예전같은 엄청난 인기가 또 올 수는 없을 거다. 우리팬들은 이제 사회인이 됐고 엄마가 됐다. 장우혁에게 관심이 있어도 삶에 바빠 쏟는 에너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팬들의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실망시키지 않는 가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또 새로운 팬의 기반을 만들어야겠지. 아까 말한 것처럼 '장우혁이란 가수는 늘 혁신적'이란 이미지를 만들 때라고 생각한다."
-HOT 재결합 이벤트는 어떻게 되어가나."올 초 멤버들과 얘기를 했는데 이견이 있다. 누가 주체가 될 지, 어떻게 활동할 지에 대해 의견이 달랐다. 난 상업적인 의도를 버리고 공익적인 틀에서 크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래야 모인 의미도 생기고 나중을 기약할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 이대로라면 올 안으로 모이긴 힘들 것 같다."
이경란 기자 [ran@joongang.co.kr]
사진=이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