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13:00~15:30 젊은 선수들이 잠깐의 쉬는 시간을 그냥 놓칠 리 없다. 각자 스타일 대로 놀이를 즐긴다. 조성민은 대표팀 숙소에 게임기를 가져왔다. TV도 최신형 LCD로 하나 장만했다. 다른 선수들은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 조성민의 방으로 종종 모인다.
이날도 게임 한 판이 펼쳐졌다. 조성민과 오세근이 농구 게임으로 자존심 싸움을 펼쳤다. 표정이 진지했다. 조성민은 "농구 게임은 내가 제일 잘한다. 절대 질 수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 오세근은 "(조)성민이 형이 잘해서 이기기 힘들다"고 했다. 이들은 한참 게임을 하다가 "졸리다"며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렸다. 농구 선수라고 해서 농구 게임만 하는 건 아니다. 축구 게임(위닝 일레븐)도 자주 한다. 축구 게임 최강자는 김영환이다. 조성민은 "그래도 농구 대표팀에서는 농구게임을 잘하는 게 더 낫지 않나"라며 웃었다.
최신형 IT 기계도 필수다. 김종규가 침대에 앉더니 아이패드를 꺼내 노래를 듣는다. 김종규는 "아직까지 형들이 어려워서 다른 방에 놀러가기 힘들다. 형들이 불러줄 때까지 혼자서 아이패드를 한다"며 껄껄 웃었다. TV스타을 좋아하는 20대 초반답게 여자 연예인 사진도 많다. 그는 "이런 거 찍으시면 안 되는데…"라며 쑥스러워 했다.
⑤16:00~18:00 다시 훈련이다. 최근 훈련 강도가 세졌다. 동아시아대회를 앞두고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2시간 동안 거의 쉬지 않는다. 코트에 주저앉는 일은 절대 없다. 훈련의 핵심은 속공이다. 높이가 좋은 중국과 중동을 이기기 위해서는 빠른 속공이 필수다. 30분 정도 훈련을 지켜보던 허 감독이 직접 코트에 나선다. 선수들에게 직접 패스를 하며 훈련 분위기를 주도한다.
대표팀에서도 허 감독의 불호령은 어김없이 나온다. "(강)병현! 힘들수록 정확한 패스를 해야지. 정신 못 차릴래"라며 혼을 낸다. 선수들은 "아자"라고 기합 소리를 내며 다시 훈련에 박차를 가한다. 그래도 욕설은 많이 줄었다. 지난 시즌 KCC에서 허 감독과 함께 챔프전 우승을 이끌고 상무로 입대한 강병현은 "소속팀에서보다 많이 부드러우시다.
다른 팀 선수들도 있어 욕설은 자제하시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팀 선수들을 가만히 놔두는 건 아니다. 실수를 하면 주저 없이 혼을 낸다. 허 감독은 "아무래도 KCC 선수들이 아니다 보니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똑같은 후배들이고 선수들이기 때문에 특정 선수를 특별히 대해주는 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세 명이 짝을 지어 드리블과 패스를 반복하며 코트를 8차례 정도 왔다갔다 하는 훈련은 지옥과 다름없다. 선수들은 2시간 내내 땀으로 샤워를 했다. 허 감독은 "최근 선수들의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훈련 강도를 올렸다. 본인들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대회가 코앞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⑥19:00~이날 대표팀은 중국 출국(8일)을 앞두고 회식을 했다. 메뉴는 갈비 또는 등심. 선수들은 모두 등심을 선택했다. 허 감독은 "비싼 건 알아 가지고"라며 장난을 쳤다. 이날 선수 12명은 50인분의 고기를 뚝딱 해치웠다. 당연히 냉면과 된장국, 공기밥도 추가했다. 하지만 숙소로 돌아간 선수들은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배가 고팠다. 매니저에 전화를 걸어 "형,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데. 들어오는 길에 좀 사다줄 수 있어요?"라고 했다. 매니저는 "진짜 계속해서 먹어대는 친구들이다"며 웃었다. 이날 각 방에는 아이스크림 한 통씩이 배달됐다.
태릉=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
사진=이영목·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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