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만큼 인터넷이 뜨겁다. 야구의 왕, '야왕' 한대화 한화 감독을 찬양하는 물결이 거세다.
한화가 5월 중순 후 상승세를 타고, 21일 드디어 7위에 올라서자 한화 팬들은 난리가 났다. 한화 팬들도 포기했던 탈꼴찌에 성공하자 한 감독에게 '야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비록 '7위 감독'이지만 한 감독은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한 감독이 지난 12일 LG전 이후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의도된 욕설을 한 뒤 한화가 싹 달라졌다는 것이다. 15경기에서 9승 6패. 야왕이라는 별명에 한 감독은 "날 놀리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웃음을 터뜨린다.
▶야왕, 3년 만에 등장한 스타한화 팬들은 2008년 후반기 4강 경쟁에서 탈락했을 때부터 승리에, 희망에 굶주렸다. 2009년 구단 사상 최초로 최하위로 떨어져 '국민 감독' 김인식 감독을 떠나 보냈다. 그해 겨울 '김별명' 김태균과 '꽃범호' 이범호를 일본으로 보냈다.
전력이 확 약해지자 한화 팬들의 별명짓기 놀이도 시들해졌다. 2010년에도 꼴찌에 그친 한화에는 당분간 희망이 없어 보였다. 올해 4월만 해도 6승1무16패(승률 0.261)에 그쳤다. 3할 승률도 어려워 보였고, 시즌 100패의 위기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5월 12일 LG전 이후 한화는 싹 달라졌다. 마지막 홈대시에 실패해 이마에 피를 흘리는 전현태를 보고, 심판 판정에 흥분하는 한 감독을 보고 선수들이 독해졌다.
한화 팬들은 3년 만에 야구 보는 맛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한 감독을 '야왕'으로 추대했다. 그동안 승리에 너무 굶주렸기에, 스타를 갖지 못했기에 단기간의 성과를 보고도 '야왕'이라는 극찬을 늘어놓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한 감독의 명언을 수록한 '야왕 어록', 한 감독의 재밌는 사진을 모은 '야왕 갤러리'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 경기가 끝나면 조선왕조실록을 패러디 한 '야왕실록'이 등장한다. '야왕 신드롬'이 일어난 뒤 한화 야구가 훨씬 재밌어졌다는 평가다.
▶꼴찌들의 왕, 꼴찌들의 희망역대로 모든 영광과 찬사는 1인자 차지였다. '야왕 신드롬'은 이전의 찬양과는 다르다. 단기간에 보여준 성과지만, 게다가 8개 팀 가운데 7위에 그치는 성적이지만 꼴찌들에게 이만큼의 희망을 준 것으로도 팬들은 한 감독을 '꼴찌들의 왕'으로 떠받들고 있다.
한 감독의 풍모는 이전까지의 명장들과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 그는 시니컬하다. 처음부터 꼴찌 팀을 맡아서인지 마음 편하게 웃거나 자신있게 목표를 제시한 적이 없다. 자신의 리더십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열악한 팀 상황을 설명할 때는 엄살도 떤다.
그러나 한 감독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연패에 빠져도 부드러운 농담을 할 줄 안다. 거창하게 말하는 대신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던진다. 선수들을 야유하는 것 같으면서도 기분 나쁘게는 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모여 '야왕'의 어록이 만들어졌다.
최근 한화의 야구도 '야왕'을 닮아가고 있다. 기록들을 보면 확연히 나아진 것은 없지만 희생타가 많고 실책은 적다. 선수들이 끈끈하게 뭉쳐 싸우고 있다.
한화의 실력이 단기간에 좋아질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상승세로 자신감을 되찾은 건 분명하다. 척박한 땅에서 작은 희망의 싹을 틔운 것, 그것이 '야왕'의 힘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