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구 전 총재의 사임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수장 공백 사태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 총재를 놓고 내정자가 있다는 루머가 불거져 나오면서 ‘낙하산’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당사자는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다. 그는 2008년 3월 문화부 제2차관, 2009년 4월 제1차관을 거쳐 2010년 8월 장관으로 전격 내정됐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했다. 신 전 차관은 최근 논란에 대해 “당혹스럽다. 나는 유영구 전 총재 추대 당시 지원을 한 사람이다. 왜 야구계 일각에서 대립각을 세우는지 잘 모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총재직에 대한 논란은 왜 불거졌다고 보나.
“구단주 한 분이 내게 연락해 온 적이 있다. 그래서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 뿐이다. 나는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 그 구단주가 누구인가.
“말할 수 없다.”
- KBO 총재를 맡고 싶은 생각이 있나.
“결정은 내가 하는 게 아니지 않나. KBO 총재는 8개 구단 구단주들이 정한다. 원래 KBO 규약에는 총재와 총장 인선에 주무부처(문화부) 승인을 받게 돼 있었다. 내가 차관으로 재임하며 그 규정을 없앴다.(현행 규약은 총재 선임은 주무부처에 보고. 총장은 관련 사항 없음) 이 정부에서 야구계에 여러 지원을 해 줬다. 유 전 총재,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과 함께 야구 중흥을 위해 여러 일을 했다. 지방자치단체 소유이던 구장을 구단이 25년 장기 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부터 야구장 건설 지원 자금으로 스포츠토토 자금 240억원이 들어간다. 아마 이런 인연으로 내게 총재직 권유가 들어온 것 같다.”
- 문화부가 2008~2009년에 KBO 총재와 총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비판도 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유 전 총재를 지원했다. 당시 전 국회의원인 모 인사가 강력하게 총재직을 희망했다. 그래서 총재 취임이 늦어진 것이다. 당시 유 전 총재에게 ‘참아달라’고 부탁도 했다.”
- 당시 유 전 총재에게 KBO 총재직 대신 대한체육회장직을 제안하지 않았나.
“내가 권했다. 하지만 유 전 총재가 고사했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분이다.”
- 2009년 이상국 총장 선임은 결국 문화부에서 거부한 게 아닌가.
“인정한다. KBO 총장 선임을 문화부에서 승인한다는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 내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 관련 규정을 없앤 것이다.”
- 전직 차관인 만큼 ‘낙하산’이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는데.
“야구장을 기웃거린다는 말은 섭섭하다. 프로야구 최대 현안이 시설 문제 아닌가. 차관 재임 시절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을 했다. 나는 현 정권 창출에 관여한 사람이 맞다. 하지만 일을 하려 한 거지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정부가 KBO 총재를 내려보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 역대 총재 가운데 정권교체기 뒤 정상적으로 퇴임한 총재가 초대 서종철 총재 밖에 없다.
“시대가 변했다. 총재가 일을 제대로 못 하면 구단주들이 해임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KBO는 여덟 명 대주주가 있는 조직이다. 대주주들이 결정할 문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관련 일지
5월 9일 사단법인 일구회, '낙하산 KBO 총재 반대' 성명서 발표
5월 4일 KBO, 유영구 총재 사퇴 발표
5월 3일 유영구 총재 구속
5월 2일 유영구 총재, KBO 사무실에 들러 사직서 제출
4월 29일 서울중앙지검, 유영구 KBO 총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 발부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