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티를 아직 벗지 못한 그녀가 신혼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뉴스였다. 하는 짓도 여전히 어린데다 까르르 넘어가는 수다를 듣다 보면 세상에는 이런 어린애 같은 아줌마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새삼 억울함을 느낀다. 밥 한끼 제 손으로 차려 먹지 않고 어디 놀러 나온 연인들처럼 사다 먹고, 시켜 먹고를 반복하며 신혼의 자유를 만끽하던 어느 날 그녀가 문을 두드렸다.
"부부가 되면 이런 것도 쓰게 되는 거야? 나 어제 죽는 줄 알았어." 그날 밤은 그야말로 공포자체였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자보다도 더 어린 티가 나는 남편께서 어디서 묘한 물건을 가져와 깜짝 쇼를 했다는데, 그게 다름아닌 성인들만 드나든다는 에덜트숍에서 구입한 동그란 '링'이었단다.
국내에서도 이제 성인숍의 비율이 꽤 많아졌다지만 도대체 어떤 분들이 물건을 사가지고 나올까 궁금도 했다. 젊어서 용감한 건지 몰라서 천진한 건지 여하튼 그 당시 어린 남편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아마 이제 자신이 진정한 성인이 되었음을 내보이기라도 하듯이 한껏 당당했으리라.
온갖 성인용품에 대한 사용기를 섭렵했으나 실습 경험이 부족했던 나로서는 포스를 풍기며 '그래 뭐가 문제인데'라고 되묻긴 했다. "이제부터 나름 크리에이티브한 섹스를 하고 싶어졌다는 거야.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평소에 상상해 왔던 모든걸 나와 함께 하고 싶다고 했어. 여기까지는 너무 감동적이었지." 박수를 쳐줬다. 정말 바람직한 남편의 태도라고, 그리고 그 용기를 높이 사야 한다고.
"언니도 잘 알겠지만, 그걸 귀두 아래 끼워야 하는 거 맞아? 설명서가 들어있었는데 잘 이해가 안되서 한참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거든. 그런데 발기를 하기 전에 끼워야 하는지 발기하고 난 후에 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구.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 보니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된거야. 생각을 해봐." 어린 부부가 침대 위에서 그 조그만 링을 손에 들고 고심하고 있었을 장면을 상상하니 얼마나 풋풋하고 귀엽게 느껴지던지.
"평소보다 더 흥분해서 어쩔 줄을 모르더라구. 나도 완전 다른 느낌이었고, 이대로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떡해! 없어졌어.' 그러는 거야." 저런, 꿀꺽, 여자의 질이 링을 삼켜 버린 거다. 침대를 샅샅이 뒤지고, 이불을 들추고 이 잡듯이 찾아봤는데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도 안 된다고 아무리 울부짖어도 방법은 하나였다. 질 속에 손을 넣어 링을 꺼내는 수밖에. 여자는 한번도 거기에 손을 넣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남자가 있는 힘껏 손가락을 움직여 여자의 질속을 샅샅이 살폈다. 어쩌면 손이 다 들어가버릴 정도로 깊이 들어가 버린 지도 모르겠다고. 여자는 그 상황이 더 당황스럽고 흥분됐다고 했다.
응급실행이 우선이었을까, 잠시 고민하는 순간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결국 찾아냈잖아. 참 신기하지? 그게 거기 있었더라구." 그 자리에서 기가 막힘과 놀람과 다행스러움이 겹쳐 입을 함빡 열고 한참을 웃어댔다. 그 어린 신혼부부도 링을 들고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웃었다고 했다.
이후에는 세척제로 꼼꼼히 닦고 감염에 주의하라는 조언과 링은 남성의 사정을 지연시켜주는 역할을 해주는 기구이며, 페니스와 음낭 아래에 끼우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삽입했을 때 클리토리스를 자극해주기 위해 링에 돌기가 있거나 까칠한 털이 달린 제품도 있다고 보충해 주었다.
그 부부가 또 다시 링을 시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서로가 합의한다면 그들처럼 성인 놀이기구들을 탐구하는 일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해볼래? 해볼까?'라는 용기를 내줄 사람이 내가 아니었으면 하는 기대도 살짝 해본다.
최수진은?
불문학 전공, 전직 방송작가, '야한 요리 맛있는 수다' 의 저자. 성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