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위기 그대로 쭉~'
K-리그 신생팀 광주 FC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5일 홈 개막전에서 대구 FC를 상대로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뒤 팬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서다. 반신반의했던 광주 시민들은 "진정한 프로축구팀이 생겼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개막전 승리 효과는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나타났다. 팬 용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500장의 머플러가 매진됐고, 티셔츠·모자·유니폼 등이 80% 정도 팔려나갔다. 다음날부터는 구단 사무실에 전화가 하루 평균 100통 이상 왔다. 대부분 '시즌권을 사고 싶다'고 문의하는 전화였다. 개막전까지 2500장 팔렸던 시즌권은 경기 후 1000장이나 더 나갔다. 1주에 5000원 하는 시민주에 대한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축구를 너무 좋아했는데 광주에 축구팀이 없어 경기를 볼 기회가 없었다. 좋은 경기를 펼쳐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전화도 왔다. 가끔 항의 전화도 받았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광주 홈페이지가 마비돼 이용할 수가 없다는 내용이다. 개막전 다음날 광주 홈페이지에 사람들이 몰려 일시적으로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해서다.
팬들은 12일 열리는 수원 삼성과 원정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기기 힘든 상대지만 개막전 같이 끈질긴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광주 서포터즈 '빛고을'은 200명의 원정 응원단을 구성했다. 수 만명의 수원 팬 앞에서 멋진 응원전을 펼치겠다는 생각이다.
또 경기지역 '호남 향우회' 회원 1500명이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방문한다. 이들은 구단 사무실에 먼저 연락을 해 "먼 곳에서나마 고향 팀을 응원하고 싶다"며 티켓을 구입하고 싶다고 했다.
광주 선수들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급격히 늘어난 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만희 광주 감독은 최강팀 수원과 원정경기인 만큼 욕심은 버리고 편하게 경기를 펼치라고 주문했다. 최 감독은 "수원은 나에게 고마운 팀이다. 특별한 승부욕은 없다"면서도 "광주 축구 열기가 대단하다. 선수들도 이에 보답하고자 한다. 후회 없이 뛰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
사진 제공=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