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정(30)은 '해병대'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난해 8월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했지만 어딜가나 '해병대' 얘기만 이슈가 된다. 게다가 군복무로 인한 2년여의 공백은 10년차 이정에게 데뷔 후 가장 혹독한 고민의 과제를 남겼다. 최근 댄스곡 '렛츠 댄스(Let's Dance)' 를 들고 컴백한 그는 "해병대 2년동안 정지 버튼을 누른 상태였는데 가요계는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며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 지 해답을 찾는 중이다. 데뷔 후 가장 심각한 음악적 과도기에 서 있다"며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전역한 지 6개월 만에 앨범을 냈다. 어떻게 준비했나?"'렛츠 댄스'와 '사랑은 왜'는 제대 후에 썼고 나머지는 군복무 시절에 썼다. 곡이 떠오르면 메모를 해두거나 외워뒀다가 주말에 종교활동 나와 피아노를 쳐서 완성했다. 가끔 휴가를 나와서도 조금씩 써놓고 들어갔다. 휴가 기간엔 소속사 김창환 대표 집에서 생활했다. 내가 열심히 작업하는 걸 보시더니 자연스레 프로듀서도 맡겨주셨다."
-군대 있을 때 진짜 노래하고 싶었겠다."그 심정이야 뭐라고 표현하겠나. 진짜 간절했지. (김)태우가 먼저 전역해서 '사랑비'로 1위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고 부럽더라. '나도 저렇게 나가서 잘 돼야지'란 생각을 수없이 했다."
-컴백해 보니 어떤가."사실 컴백하기 전에는 무척 설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혼란스럽다. 군복무를 하는 동안 난 정지 버튼을 누른 상태로 있었는데 가요계는 무섭게 많이 바뀌었다. 지난주 가요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하는데 진짜 혼이 빠진 사람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수들도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음악에도 적응 못하겠더라. 가요계 적응불가 상태라고 해야하나?"
-군대 다녀온 게 억울하지는 않나? "그럴리가 있나. 참 좋은 경험이었다. 병장 시절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날 정도로 좋았다. 병장으로만 6년 지내라고 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일병 때까지만 좀 힘들었다. 고참이 된 후에는 잘자고 잘먹고 지금보다 얼굴도 훨씬 좋았다. 전역증에 있는 내 얼굴보면 깜짝 놀란다. 진짜 지금에 비하면 꽃미남이다. 생활이 불규칙하니 제대하고 벌써 살이 4kg이나 쪘다."
-해병대 얘기만 부각되는 것은 괜찮나."다 현빈씨 덕분이겠지. 요즘 부쩍 관심이 높아지니 자연스레 안티도 증가하더라. 예전에는 무조건적인 비방은 없었는데 요즘엔 비난글도 꽤 많아졌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혀지지 않겠나. KBS 2TV에서 '명 받았습니다'란 군대 컨셉트 예능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거기에서만 군대 색깔 확실히 내고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군대 얘기 피하려고 애쓴다. "
-앞으로 이정의 음악은 어떻게 나갈까? "데뷔 십년차인데 아직 1등을 한번도 못해봤다. 요즘 가요계를 보면 답답하고 뭘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1등하는 가수는 꼭 되고 싶다. 유행하는 음악, 새로운 음악에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예전에 해병대 지원자 심사를 할 때 열한 번째 도전만에 합격한 친구가 있었다. 나도 그 친구처럼 가요계 완전적응에 끝까지 도전할거다."
이경란 기자 [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