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이래 이런 공주가 또 있었을까?
백화점 사은품을 타기 위해 낯선 남자로부터 영수증을 뜯어내고, 음란 사이트를 '눈팅'한다. '화장실도 안 갈 줄' 알았던 공주가 '볼일'을 참기 위해 용쓰는 모습에 큰 웃음 터진다.
김태희(31)가 연기생활 10년만에 제 세상을 만났다.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붙어다녔던 '연기력 논란'을 떨쳐냈다. '워스트 드레서'란 달갑지 않은 타이틀도 뗐다.
MBC TV '마이 프린세스'에서 '발랄공주' 이설 역을 맡은 김태희는 자신의 사이즈에 딱 맞는 옷을 찾아입은 느낌이다. 헐렁하지도 꽉 끼지도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긴다. 그랬더니 덤으로 '패셔니스타'란 수식어가 따라왔다.
김태희는 서울대 의류학과 출신답지 않게 스타일리시함에 있어선 늘 한 수 접고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 '마이 프린세스'에선 조금 다르다.
'푼수 공주' 이설이 입고 나온 따뜻하고 러블리한 옷들은 연일 '김태희 패션'으로 화제에 올랐다. 초반 스타일리스트가 '한코 한코' 떴다는 니트 머리띠는 '김태희 머리띠'로 순식간에 온라인쇼핑몰을 장악했다. 니트 케이프 역시 '잇 아이템'으로 떴다.
스타일리스트 이유진 실장은 "김태희씨 하면 떠오르는 단아한 이미지보다는 귀엽고 통통 튀는 설이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니트와 퍼 등을 섞은 레이어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입궁 후에도 레이스 꽃무늬 러플 등의 디테일을 살려 프리티 프린세스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따"고 했다. 올겨울 '스타일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김태희의 '러블리 공주룩'을 낱낱이 파헤쳤다.
▲러블리 캐주얼경제관념 뚜렷한 억척 여대생으로 출연했던 극 초반에는 풋풋하고 귀여운 대학생 분위기를 내는데 주력했다. 천하의 김태희도 서른이 넘자 '어려보이기' 위해 애썼다는 사실. 특히 단아한 전통 미인형인만큼 심플한 스타일링보다는 여러겹 껴입는 레이어드룩으로 어린 느낌을 살렸다.
벗겨도 벗겨도 끝이 없는 양파처럼 겹겹이 입어 '양파 레이어드'란 말도 생겼다. 워낙 몸이 가늘어 가능한 스타일링.
보이시한 야상점퍼도 김태희가 걸치면 여성스럽다. 면 원피스와 레깅스를 신고 어그 부츠에 니트 장식을 더해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넉넉한 부피감의 야상점퍼에 화이트 목도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얇은 머리띠 액세서리로 전체적으로 여성스럽다. 극 초반 김태희가 선보인 코데즈 컴바인 야상점퍼는 일찌감치 품절 사태.
김태희의 스타일을 맡고 있는 이유진 실장은 "캐주얼을 입더라도 '러블리'하게 보이는 게 포인트"라며 "세련된 레이어드의 기본은 얇은 질감의 옷을 언밸런스하게 여러겹 걸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상의는 많이 겹쳐 입더라도 하의는 레깅스로 날씬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김태희 레이어드를 한답시고 막무가내로 껴입다간 돼지되기 십상. 두꺼운 터틀넥 니트에 푸짐한 패딩니트, 부피감 있는 파카를 입으면 10kg은 더 나가보인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프리티 프린세스룩입궁 후 김태희의 패션은 한층 업그레이됐다. 고급스러운 명품 브랜드로 갈아타고 '공주 포스'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귀여움은 살아있다. 스커트나 카디건을 걸치거나 큐트한 느낌의 원피스에 퍼를 두른다.
꽃이나 러플이 달린 블라우스에 캉캉 스커트를 매치해 사랑스러움을 극대화시킨다. 레이스나 꽃무늬 원피스도 '공주 이설'의 선택을 자주 받는 아이템.
각 명품 브랜드들은 김태희에 공주 프리미엄이 더해지자 앞다퉈 협찬을 제안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발렌티노, 프라다나 '공주풍'으로 유명한 국내 브랜드 레니본, 붐 바이 조이 한 등을 즐겨입는다.
특히 쇼트 커트로 변신할 때 입었던 발렌티노의 자잘한 꽃이 달린 블랙 면티나 프라다의 골드펄이 섞인 그린 원피스는 문의가 쇄도했던 제품이다.
이유진 실장은 "럭셔리보다는 큐트함을 강조하는 '공주룩'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공주룩 종결자 김태희크림색 튜브톱 드레스에 스트랩 골드슈즈, 앙징맞은 티아라를 쓰고 사랑스러운 공주 '이설' 캐릭터를 완성했다. 여성스러운 쇄골라인과 매끈한 각선미가 돋보였다는 평가. 업스타일 대신 자연스럽게 웨이브를 준 헤어스타일로 큐트한 느낌을 강조했다. 드레스는 베라 왕. 슈즈는 구찌제품.
○공주생활 시작평범한 여대생에서 하루아침에 공주가 된 김태희가 '꿈의 드레스룸'에서 처음 걸쳐본 붉은 드레스. 화려한 공주 생활을 알리기라도 하듯 강렬하고 과감한 레드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었다. 뉴욕 디자이너 질스튜어트 제품. 촘촘한 다이아몬드 목걸이, 팔찌, 반지는 다미아니.
○쇼트커트 변신쇼트커트로 파격변신한 김태희의 모습도 화제 만발이었다. 자연스러운 웨이브 헤어스타일로 엉뚱 발랄 공주를 표현하던 김태희가 황실재단 발족식 기자회견을 앞두고 쇼트커트로 변신했다. 악녀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윤주가 "기품있게 보이려면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이 필요하다"고 종용했기 때문. 이 때 걸친 화이트 꽃무늬의 블랙 티셔츠는 발렌티노 제품. 자칫 밋밋해지기 쉬운 블랙 면티셔츠가 여성스러운 꽃장식으로 확 살아났다.
○눈과 혼연일체눈밭에서 서류를 태우던 장면의 김태희는 '로마의 휴일' 오드리 헵번이 부럽지 않았다. 빨간 카디건에 캉캉 레이스 스커트, 빨강 플랫슈즈 위에 니트 밍크를 걸쳤다. 하얀 김태희의 피부와 새하얀 눈밭이 잘 어울렸던 의상. 카디건은 발렌티노, 스커트는 레니본, 플랫슈즈는 페레토, 밍크 숏재킷은 사바티에.
○발랄깜찍 여대생 김태희엄마가 운영하는 펜션에서 송승헌과 만났을 때 김태희는 '레이어드룩'의 진수를 보여줬다. 블랙 티셔츠 위에 가오리형 그레이 후드티를 걸치고 레깅스와 어그부츠를 신어 보온성과 멋스러움을 둘 다 살렸다. 그레이 후드티 붐 바이 조이 한 제품.
○여성스러운 야상점퍼탈착가능한 면후드가 달린 이 야상점퍼는 순식간에 '잇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코데즈컴바인 제품. 품절사태를 빚었고 리오더에 들어갔다. 화이트 롱 머플러가 포인트. 여성스러움을 한껏 살렸다.
김소라 기자 [sod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