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아시아 축구권력이 중동으로 이동한 뒤 처음으로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중동에 유리한 편파 판정이 속출하고 있다.
14일(한국시간) 시리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 일본은 하마터면 질 뻔했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27분 일본 가와시마 에이지 골키퍼가 퇴장당했다. 돌진하는 상대공격수를 넘어뜨렸지만 오프사이드로 판정한 부심의 깃발은 이미 올라간 상태였다. 하지만 주심은 이를 무시하고 레드카드를 꺼냈다. 일본 수비수의 백패스로 판정해 오프사이드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페널티킥 골을 내준 일본은 수적 열세 속에서 고전하다 겨우 2-1로 이겼다.
경기 직후 하라 히로미 일본축구협회 강화담당 기술위원장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다음 경기에서 가와시마의 출장정지 취소하라'는 내용의 문서를 제출했다. 하라 위원장은 "명백한 오심이다. 비디오로 확인했다"고 항의했다.
11일 한국은 바레인을 2-1로 완파했다. 상대를 완벽히 압도한 경기였다. 하지만 옥에 티가 있었다. 수비수 곽태휘(교토)가 퇴장 판정이었다. 상대 선수를 몸으로 밀어, 기껏해야 경고 처분이면 될 줄 알았던 곽태휘는 갑작스레 나온 레드카드에 당황했다. 조광래팀은 14일 호주와 빅매치에서 출장정지 처분을 받은 곽태휘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공중공격 능력이 좋은 호주를 상대로 제공권 장악능력이 좋은 곽태휘의 결장은 너무도 아쉬운 일이었다.
11개 심판 팀 중 5개가 중동이번 대회는 11개 심판팀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 중 5개 팀이 중동 지역 심판으로 구성돼 있다. 주심은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오만·시리아 국적이다. 비 중동권 주심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호주·말레이시아·우즈베키스탄·싱가포르 출신이다. 중동세가 이번 대회 심판진의 절반 가까이 된다. 그에 비하면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는 비주류나 다름 없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바레인전은 오만 출신, 일본-시리아전은 이란 주심이 봤다.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안컵 정도의 규모가 되는 대회에서는 중동과 동북아 팀이 붙었을 때는 중립 지역인 동남아시아 쪽 심판이 휘슬을 부는 게 상식적이다. 월드컵에서는 이같은 원칙이 적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전 국제심판 권종철 AFC 심판위원회 강사 감독관은 "이번 대회는 2014년 월드컵에 나갈 주심을 뽑는 자리이기도 하다. 의도적으로 오심을 하리라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AFC 심판 부문에서 중동이 행사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이번 대회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중동의 심판 장악은 오래된 일AFC 심판 부문은 오랫동안 중동 쪽에서 장악해왔다. 2005년 시리아 출신 심판위원장이 떠나고 전 UAE 축구협회 회장이 심판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심판위원 6명 중 1/3이 중동 사람이다. 곽태휘가 퇴장당했던 상대 바레인의 축구협회 모하메드 아마드 자심 전무도 AFC의 심판위원이다.
권종철 감독관은 "AFC 소속 46개 가맹국 중 중동 국가는 12개(팔레스타인 포함)뿐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심판 절반 정도가 중동 출신이다. 심판위원회를 장악한 중동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며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연임에 실패해 걱정이 크다. 중동을 견제할 힘이 없어졌다. 우리가 AFC에서 힘을 키워야 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경계했다.
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