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진(14·과천중)의 별명은 '리틀 김연아'였다. 전체적으로 가늘고 긴 실루엣이나, 쉽고 높게 점프하는 폼이 김연아와 비슷해서다. 열두살에 '트리플 5종(6개 점프 중 트리플 악셀 제외)' 점프를 모두 완성한 것도 김연아와 꼭 닮았다. 국내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중학교 입학 전 트리플 5종을 모두 뛴 선수는 '피겨 퀸' 김연아(21·고려대) 뿐이었다. 지난해 트리글로프 트로피 대회 노비스 부문에서 우승한 것도 김연아같다. 김연아 역시 2002년 이 대회 노비스 부문에서 처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대회 제패의 발판을 마련했다.
피겨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김해진에게 별안간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해 9월 초 과천실내아이스링크에서 훈련을 하던 그는 다른 선수와 부딪혀 왼 발목 아킬레스건 위쪽이 찢어졌다. 수술 후 한동안 빙판에 서지 못하는 바람에 그토록 원했던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총 2차례 출전)를 한 차례는 포기해야 했고, 나머지 한 번은 출전했으나 28위에 그쳤다. 그랑프리 성적이 저조해 올해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도 나서지 못한다.
그래서 2011년은 김해진에게 특별하다. 그간 고생을 모두 털고 비상하겠다는 각오뿐이다. 김해진은 "나도 언젠가는 연아 언니처럼 날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큰 부상을 당해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겠다."처음엔 그랬다. 다치고 조금 슬프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괜찮다.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부상 후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재활 후에는 겁이 났다. 스케이트를 처음 신은 것 같은 느낌에 많이 힘들었고, 또 부상을 당할까봐 몸을 사리기도 했다. 대회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공포도 사라졌다. 이제는 완전히 다 극복했다."
-지난해 부상에서 회복이 덜 된 채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나갔는데. "국제대회에 나갔더니 또래 친구들이 정말 잘하더라. 러시아의 툭타미셰바도 정말 잘하고, 미국의 크리스티나 가오도 참 잘한다. 그들이 경기하는 걸 보니 나도 더 열심히 스케이트를 타고 발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많이 노력하면 이길 수 있다. 물론 지금은 그들보다 훨씬 부족하다. 그래도 지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 희망이 있다."
-최근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지금은 시합 준비하느라 빙상 훈련 6시간, 지상 훈련 1시간 정도 병행하고 있다."
김해진은 최근 코치를 바꿨다. 지난해까지 한성미 코치가 그를 지도했지만, 올해부터는 신혜숙 코치가 김해진을 전담 지도한다. 신혜숙 코치는 김연아의 초등학교 시절 피겨 은사다.
-신혜숙 코치는 김연아를 가르쳤던 선생님인데. "알고 있다. 새 코치님이 참 좋다. 부상 회복이 덜 됐는데, 코치님께서 이끄는대로 하니 좋아졌다. 연아 언니 가르쳤던 선생님이니까 더 잘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제2 김연아'라는 호칭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때로는 부담스럽고, 때로는 힘이 난다. 사람들이 그만큼 인정을 해 준다는 얘기니까. 연아 언니와는 올댓스포츠 아이스쇼를 할 때 만났는데, 참 쑥스러웠다. 말도 별로 못 해봤다. 연아 언니가 '열심히 타라'고 격려해줬다. 연아 언니랑 같은 소속사에 들어갔으니,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확 됐다."
-작년에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있었다. 보면서 남다른 각오를 다졌을 것 같은데."나도 언젠가 저렇게 큰 무대에 나가 메달을 따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아 언니처럼 되고 싶다. 짜릿하고, 감동이었다. 연아 언니가 우는데, 나도 울컥했다. 이후 매일 상상한다. 올림픽 얼음을 지치는 모습을. '계속 상상하면 그대로 이뤄진다'는 말을 믿는다. 상상하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이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일단 종합선수권대회와 동계체전을 앞두고 있다. 부상당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니어그랑프리에 다시 참가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 목표는 1위다."
-피겨 선수로서 장기적 목표는 무엇인가. "당연히 올림픽 금메달이다.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내가 그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그날을 꿈꾼다."
온누리 기자 [nur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