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산업인 말산업은 기능적 측면에서 보자면 1차산업에서 5차산업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각 산업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연결고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말산업은 대표적인 융·복합산업이라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말산업은 현재까지는 극히 제한적 영역에서 뿌리내리고 있다. 말산업의 규모는 대략 4조8700여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경마(4조6000여억원)와 승마(2천6000억원)를 아우른 규모다. 이 외에 말뼈를 원료로 만든 건강기능성 식품이나 마육에 따른 식용마, 혹은 말기름으로 만든 화장품이나 비누 등의 생산규모는 워낙 적어 수치로 표시되지 않을 정도다.
따라서 말산업은 아직도 경·승마권의 절대적 영향권에 속해 있다. 특히 경·승마권 매출 규모 중 경마가 차지하는 영역은 더욱 절대적이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말산업의 출발은 승마에서 비롯됐으나 경마가 그 뒤를 따라 자연스럽게 발전해 왔다. 뒤따라온 경마가 승마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든든한 산업적 후원자가 돼 온 것이다.
경마시행처인 한국마사회는 한국마사회법에 의해 경마시행에 대한 독점적 지위(배타적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런 마사회가 말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위해, 그리고 그 볼륨을 키우고자 승마영역에 과감한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2013년까지 대략 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뿐만 아니다. 승마를 정책적으로 지원키위해 아예 한국마사회법 정관 개정안이 지난달 민주당 김효석의원 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마사회의 존립목적을 기존 ‘경마’에서 ‘경마와 승마’로 개정해 그 영역을 넓혀 놨다. ‘승마의 원활한 보급’으로 경마와 승마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키위한 차원에서 제1조 목적과 제36조 사업의 범위를 확대시켜 놓은 것이다.
마사회의 정책이 이처럼 승마쪽에 진취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승마산업이 말산업에 기폭제가 될 것이란 ‘비전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향후 15년∼20년 후면 경마산업은 서서히 사향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그 때가 되면 승마산업은 확실한 기지개를 펼 것이란 분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좀더 멀리 보고 경마에서 벌어들인 이익금을 과감하게 승마에 쏟아붓자는 미래지향적 의지가 담겨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산업의 한 분야로서 말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디자인하고 있는 마사회는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란 걸림돌에 부딪쳐 가속도를 잃고 있다. 말산업을 대표하고 있는 경마가 전적으로 베팅으로 인식되고 있다면 인식 그 자체야말로 건전성이 결여된 오해가 아닐 수 없다. 하나의 수치만 나열해도 경마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합법사행산업(경마·경륜·경정·카지노·복권·체육진흥투표권)의 매출은 16조5천억원이었다. 반면 불법사행산업 매출은 적게는 21조6천억원에서 많게는 88조원으로 추정된다.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장이 불법시장에 비해 대략 3배이상 큰 규모다.
문제는 이런 불법사행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박을 마치 합법시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경마로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구분짓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오류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산업인 말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