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타 지고 지스타 떴다.'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대표 게임전시회인 '지스타2010'이 28만명 이상(2009년 24만명)의 구름 관람객이 몰리며 흥행 대박을 이뤘다. 국내외 게임업체들이 신작을 들고 참가해 어느 때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고 선정적인 복장의 부스걸보다는 시연 위주로 부스를 운영하면서 관람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6년만에 국제게임전시회의 가능성을 입증한 지스타2010을 짚어봤다.
●해외 게임전시회 안부럽다
지난 19일 지스타 현장에서 만난 남궁훈(38) CJ인터넷 대표는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관람객도 너무 많고 해볼만한 신작 게임도 넘쳐 난다. 정말 대박이다. 이 정도면 10점 만점에 10점이다. 해외 게임전시회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 윤진원(37) 엔씨소프트 홍보팀장도 "관람객들이 이벤트 선물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신작 게임을 즐기려고 온 게이머들이다. 지난해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게임업체 관계자들이 이번 지스타에 대해 어느 때보다 후한 평가를 내놓았다. 이들은 첫날부터 관람객이 몰려 나흘간 28만명이 넘는 인파가 전시장을 찾았고 관람객들이 부스걸보다 신작 게임에 열광하자 즐거운 비명을 질렸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과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 시연대는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지만 대기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신작과 함께 신 트렌드 게임도 인기였다. MS·소니의 동작인식 게임은 60대 어르신에서 10대 손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호응을 얻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요즘 화두인 휴대기기용 게임과 3D 입체 게임을 내놓은 넥슨과 위메이드, 소니 부스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직장인인 김영진(38)씨는 "말만으로 듣던 아이패드용 게임을 직접해보니 PC게임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업체도 "원더풀"
B2B관에 참가한 업체들도 만족스러워 했다. 해외 업체들이 많이 참가해 국내 업체로서는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체감형 3D 입체 비행슈팅게임을 세일즈하기 위해 나온 파크이에스엠의 이정섭(36) 팀장은 "이번에 평소 만나기 힘든 유럽과 러시아쪽 업체들이 많이 참가해 우리 게임을 홍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 참가업체도 흡족해했다. 러시아의 대형 게임유통사 이노바의 이네사 아이젠버그(여) 본부장은 "한국 지스타가 아시아에서 제일 큰 게임전시회로 성장하고 있다"며 "다양한 게임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놀랐다"고 말했다.
●꽃미남 도우미 등장
이번 지스타에서는 매년 불거졌던 선정적인 옷차림의 도우미가 사라졌다. 몇몇 대형 게임업체에서 사진 촬영을 위한 부스걸을 고용했지만 이들 역시 야한 옷차림보다는 게임 속 캐릭터의 의상을 입고 나와 게임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또 대부분의 부스 도우미들은 관람객들이 게임을 시연할 때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해서 호응을 얻었다. 엔씨소프트에는 꽃미남 도우미를 부스에 배치해 여성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게임업체들은 선정성 경쟁보다는 장혁·밥샙·남규리·슈퍼스타K의 허각 등 유명 스타들을 대거 초청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지스타를 주관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이재웅(57) 원장은 "국내외 신작 게임 등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어느 해보다 풍성해 관람객의 호응이 높았다"며 "전시회 내내 날씨가 좋았고 신종 플루 등 악재도 없어 역대 최고의 게임전시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