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중가수 콘서트 문화의 변화는 이승환 전과 후로 나뉜다. 그저 부르고 듣는 천편일률적인 콘서트가 난립하고 있을 무렵, 이승환은 '기승전결'이 살아있는 공연을 도입했다. 다양한 무대효과로 이벤트성을 높여 '이승환 콘서트는 재미있다'는 공식을 대중들의 뇌리에 심어놨다.
3~4시간에 걸쳐 전 곡을 밴드와 함께 라이브로 소화해내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데뷔 당시부터 '라이브의 귀재'로 불렸다. 음악과 공연에 관해서는 양보하는 법이 없어 자타공인 '고집불통'으로 불리는 이승환이 다음달 24일부터 26일 열리는 크리스마스 공연 '미스타 리의 미스터리 투어'를 준비중이다. 이승환은 "보고 나면 칭찬이 안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공연을 만들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콘서트 규모를 줄인 이유는."6년째 연말에 올림픽공원에서 대형 콘서트를 했는데 혼자 아이디어 내고 연출까지 하다보니 좀 버거웠다. 다른 방식의 공연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이번엔 대형 공연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 총 4부로 나누고 함께 여행을 떠나는 느낌의 공연으로 꾸밀거다. 세트도 계속 바뀐다. 곡은 너무 '센' 것들을 좀 빼고 대중적으로 '먹힐만한' 노래들로 골랐다."
-10집을 내고 홍보를 거의 안 했다."예능프로그램에 나가면 효과가 좋다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윤)종신이처럼 예능을 잘 하지도 못하고, 음악을 위주로 알려보고 싶었다."
-대중성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생겼나."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고 한다. 내 또래 뮤지션들 중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는 친구들이 있으니 나같은 고집불통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90년대에는 대중들 사이에서 큰 인기도 누려봤고 지금은 록페스티발에 불려다니며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는다. 이미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많은 걸 이룬 것 같다."
-요즘 자주 어울리는 사람들은 누군가."공연 준비중이니 스태프들이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윤상과도 자주 만나 술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술을 자주 먹는건 아닌데 한번 시작하면 새벽까지 뽕을 뽑는다. 공연전 두달 정도는 금주한다. 김종서도 나처럼 철이 없고 록에 환장한 친구라 친하게 지낸다."
-아이돌에 대한 생각은. "시스템이 굉장히 잘 구축돼 갈수록 발전하는 것 같다. 음악 자체도 멋있는 것 같다. 요즘 소녀시대 너무 예쁘고 잘하지 않나. 카라가 1집 내고 잘 안 되고 있을때도 유희열과 나는 열렬하게 응원하고 있었다. 나도 항상 젊은 음악을 하려고 노력한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최고였던 적은 없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도 없다. 항상 발전하려 노력했다. 좋은 앨범을 만들려고 세계 최고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인정을 받았다. 얼마전 TV에 출연해 '보톡스 한번 맞아봤다가 부작용 겪었다'는 말을 했는데 정말 짧게 나간 그 말은 이슈가 되고 사회참여나 음악에 대해 말한 것들은 아예 묻혔다. 희화화돼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도 좋은데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값어치있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