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경마가 끝나면 여러가지 뒷이야기가 생겨난다. 지난 주 경마의 관심사중 단연 으뜸은 일요 8경주에 출전했던 라이파이(국산 3세 암말)의 몰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직전 동일군·동일거리 경주에서 대차(12마신·약 29m)로 우승했고, 주파기록도 1분27초6로 매우 우수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 경마팬은 3착 승군 경주에 나선 라이파이를 우승 0순위로 지목했다. 입상기대감이 얼마나 높았는지 단승식 1.4배, 연승식 1.0배의 초저배당이 형성됐다.
이 경주는 선행성 각질의 경주마가 대거 출주한 경주로 도대체 어느 경주마가 선행에 나설 것인가를 예측하기 힘든 경주였고 그만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경주였다. 게이트가 열리고 치열한 선행경합 속에 라이파이와 브라운걸이 치고나와 서로 경쟁하며 달렸다. 3코너에 접어들면서 라이파이는 브라운걸을 가볍게 따돌리고 단독선행으로 치고나가기 시작했고, 4코너를 돌고 결승 직선주로에 접어들 때는 이미 뒤에 처진 말들과 대차를 벌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많은 예상가들이 예상했던 대로 경주가 전개되었다.
그러나 결승 직선주로에서 라이파이는 급격히 걸음이 느려지며 추입마들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결국 라이파이는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대이변을 낳았다. 주파기록도 1분29초6으로 직전경주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느렸다. 도대체 이 이변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답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무리한 선행경합'이다. 3코너까지 주파기록이 35초7로 보통 1400 경주 선행마의 기록보다 거의 1초가 빨랐으니 얼마나 심하게 달렸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의문점이 생긴다. 무리하게 선행경합을 하면 서로 무너진다는 것은 상식인데 '왜 경마 전문가인 조교사와 기수는 선행경합을 예상하면서도 그렇게 경주를 운영했을까'하는 것이다. 승부를 조작하려고. 천만의 말씀이다. 도대체 어떤 조교사가 3착 승군에 걸린 말을 일부러 3착 승군시키겠는가.
이 부분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바로 '경주마의 성격'이다. 말의 성격이라고 이야기하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하실 분도 계실 테지만 실제로 말의 성격은 경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 말의 성격이 지고 못사는 성격이라고 생각해보면 기수는 선행경합을 하다가 무너질 위험을 알고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달리도록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데뷔전에서 당시 새신랑이던 문세영 기수를 태운 채 내측 펜스를 들이받으며 달리던 라이파이의 모습을 회상해보면 이 말이 얼마나 칼칼한 성격의 말인지 알 수 있고 그 성격을 제어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런 이유로 말도 안 통하는 각 경주마의 성격을 제어하며 훌룡한 경주마로 길러내는 조교사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낸다. 또 자질은 상당히 우수하나 성격이 너무 칼칼한 라이파이 같은 말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이 말의 다음 경주가 몹시 기다려진다.
경마선진화포럼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