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경마] 추리 가능한 경주여야 한다
민주주의 뿌리를 이루는 한 가지가 다수결의 원칙이지만 이같은 의사결정방식이 과연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수의 생각과 결정이 반드시 옳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경마에서도 다수의 의견과 선택이 배당률이라는 형식으로 배당판에 표출된다. 배당률엔 저배당(다수의 생각)과 고배당(소수의 생각)이 공존한다. 저배당은 환수율이 높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적중의 기쁨을 나눌 수 있다. 반면 고배당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누리게 되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배당률을 결정짓는 경마팬의 판단과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경마전문지들의 예상마번이다. 배당률은 철저하게 예상지들의 종합마번 순위와 거의 일치한다. 베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마전문지의 예상마번을 참고한다는 방증이다.
이는 전문지에 소속된 예상가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며 그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해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흔히 '터졌다'라고 표현되는 고배당은 각 예상지에 실린 예상순위가 틀린 것을 의미하며 이를 참고한 경마팬들의 베팅이 실패한 것이다.
고배당은 소수가 다수를 이긴 것을 의미한다. 고배당 경주에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지만 인기마 몰락과 복병마의 선전이란 두 가지 조건이 항상 상존한다. 인기마 몰락의 원인은 분석의 오류, 상태의 변화. 전개불리 등이 있을 수 있다.
복병마의 선전은 전개상 반사익이나 훈련성과에 따른 능력과 상태 변화 등이 그 원인이 되는 경우들이 대부분인데, 어떤 경우든 논리적 접근이 가능해 집중력을 가지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물론 고배당이 터진 경주 중에는 논리적으로 도저히 판가름할 수 없는 경주도 있다.
이 때문에 '경마는 귀신도 모른다'는 속설이 생겨났다. 사람과 동물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이뤄내는 경마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지만 보편타당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경마는 단순히 요행수만 바라는 로또와 다를 바가 없게 된다.
전세계에서 경마가 사랑받는 것은 분석과 추리를 통해 경주결과를 예측해 낼 수 있는 과학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여기서 경마종사자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마방관계자들은 경주마들의 경주력 유지와 발전에 전력을 다해야 하고, 기수들은 최고의 컨디션과 최선의 작전, 최고의 기승술을 발휘해서 기승한 경주마의 능력을 극대화 시켜야만 한다.
잘못된 예상과 분석에 의해 이변으로 평가되는 경주들은 경주자체로선 논리적 근거와 타당성을 확보하게 되지만, 경주자체에서 발생되는 상황변화에 대해선 철저하게 마방과 기수들의 책임이다. 경마가 과학이고 스포츠레저라는 논리가 힘을 얻으려면 학구적으로 경마에 접근했던 사람들을 좌절 시켜선 안된다.
경주에 대한 좌절은 곧 경마에 대한 부정적 편견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수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조타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며, 예상전문가들은 완벽한 분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