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다가 IMF 때 폭삭 망했어요. 그리고 서삼릉 야영장을 운영하다 승마를 알게 됐습니다"
'찾아가는 승마교실'을 운영하는 김명기(48) 대장이 승마와 인연을 맺게 된 동기다.
승마 전도사가 된 김 대장은 약 100년 만에 말 신에게 드리는 제사인 '마조제'를 부활 시켰고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기마국토대장정'을 9년째 열고 있다. 또 2007년부터는 '찾아가는 승마교실'을 진행하는 등 승마 저변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김 대장이 승마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이다. 1998년 IMF 전까지만 해도 그는 직원 26명을 거느리고 매년 30억원의 수익을 올렸던 중소기업의 대표였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와 거래처 부도가 이어지면서 결국 도산했다. 하지만 사업 실패는 승마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어려서부터 보이스카웃을 했던 경험을 살려 1999년부터 서삼릉에서 야영장을 운영했는데 인근에서 말 8마리를 기르며 체험승마장을 운영하던 전직기수를 만나 승마를 배웠다.
말똥을 치우면서 말타기를 배운 그가 적극적으로 승마 활성화에 뛰어든 것은 대학생들 덕분이었다. 아마추어 수필 작가이기도 했던 그는 자신을 찾아온 팬들(대학생)과 같이 공부하며 승마도 즐겼다. 이 과정에서 승마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고 본격적으로 승마인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기마국토대장정'을 시작한 것도 글쓰기와·야영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말의 국토대장정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1905년 러·일 전쟁 당시 일본기마대가 한반도를 종단 한 기록(시카고트리뷴)도 찾아내는 등 자료조사 및 준비작업을 끝내고 마침내 2002년 7월15일 말 세필과 6명이 인원으로 기마국토대장정에 도전했다. 하루 앞선 14일에는 서울 한양대 도서관 앞에 위치한 마조단에서 1908년 이후 사라진 마조제를 복원하기도 했다.
서울 구파발을 출발한 국토대장정팀은 목포를 지나 제주 한라산 오라지구까지 총 11일간 495㎞를 종단하는데 성공했다. “일제에 더럽혀진 말길을 우리가 다시 뛰어 한민족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싶었다”는 김 대장은 이후 매년 8월 기마국토대장정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장은 기마국토대장정 후 승마 활성화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06년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에 마필산업 연구소를 만들어 사무국장으로 일하게 된 그는 승마의 미래를 위해 대중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했고, 2007년부터 '찾아가는 승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장은 "승마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지난 겨울 방학 동안 눈이 펑펑 내리거나, 영하 10도까지 기온이 떨어졌을 때도 강습에 빠지지 않았다”며 승마 대중화에 대한 확신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 김명기 대장의 찾아가는 승마교실은 서울·경기에서 총 23개 학교(초등·중학교)에서 열리고 있으며 1000여명의 학생이 참가해 승마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