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비아그라 출시 10년 ‘프릴리지’ 성 혁명 이뤄낼까?
항우울제가 조루 치료에 응용되어 ‘고개 숙인 남자’들의 희망을 만든다? 지난달 20일 국내 출시된 프릴리스는 조루치료제다. 발기부전 치료제로 유명한 ‘비아그라’가 국내 출시 10년을 맞은 지금 프릴리지가 또 어떤 성 혁명을 이뤄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항우울제가 조루 치료제 변신
비아그라는 협심증치료제를 개발하던 중 우연히 발견되었다. 심장치료 임상테스트 중 치료가 잘 안돼 약을 회수했다. 그런데 사용자들이 반납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없냐”는 반응이 빗발쳤다. 심장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년층의 발기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던 것.
먹는 조루치료제 프릴리지는 원래 항우울제였다. 하루 3~4회 복용해야 하는 불편도 있었지만 사정이 되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사정이 안 되는 것에 착안, 조루 치료에 응용된 셈이다. 1~3시간 이후부터 7시간 동안 최고의 약효를 발휘했고, 24시간 안에 대부분의 약효가 몸 밖으로 배출되어 우울증에는 부적합한 대신 조루증에는 합격점을 얻었다.
- 고개 숙인 남성들의 선물
1999년 국내에 출시된 비아그라는 ‘고개 숙인 남성들의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총 3043만 정이 팔렸고, 전 세계적으로는 약 20억 정이 소비되었다. 단순히 발기부전 치료제를 넘어서 사회 문화 전반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실제 비아그라 등장 이후, 비뇨기과의 문턱은 낮아졌다. 음지에 있던 성을 양지로 끌어올렸다. 음담패설쯤으로 여겨지던 ‘발기부전’이란 단어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할 수 있게 했다. 지금은 부부가 당당히 약을 받으러 병원에 올 정도로 ‘성 금기’를 깼다.
유럽 7개국과 브라질에 이어 전세계 9번째,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나온 프릴리지는 ‘말하기 부끄러운’ 금기어 ‘조루’를 공론화시키고 있다. 조루는 전 세계적으로 30%의 유병률을 보이는 가장 흔한 성기능 장애다. 전세계 6000명 이상의 조루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복용 전 0.9분이었던 평균 사정 도달 시간을 복용 후 3.5분으로 약 3.8배 늘이는 효과를 나타냈다.
이 약의 출시는 조루에 대한 수치심을 줄이고, 조루가 치료가 필요한, 파트너와의 관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 비뇨기과 병원은 “출시 바로 다음날 하루 동안 200명의 조루 상담 환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 부부 신뢰도 높아져 집안 화목 이끌 것
조루치료제와 발기부전치료제를 함께 복용해도 문제가 없을까. 이성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발기 시간이 충분히 유지되지 않는 발기부전 환자의 경우 발기가 되어 성행위를 하더라도 빨리 사정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조루 증상도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한국 얀센측은 “두 약물은 작용 기전이 다르다. 함께 복용한다고 해서 상호작용으로 인해 다른 한 약물의 효과가 줄어드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수 성과학연구소 소장은 “비아그라 등장으로 남성들의 성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했다. 하지만 많은 남자들의 또 다른 고민인 조루의 치료제가 등장해 그만큼 부부 신뢰도가 돈독해질 것 같다”며 “부부갈등 중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던 ‘이부자리 속 부실’이 극복돼 가정 문화가 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명기 기자 [mk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