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회사를 퇴직한 김영섭(32·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최근 창업에 성공했다. 퇴직 후 자신이 해왔던 영업관리직에 재취업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경기 불황으로 여의치 않자 창업으로 마음을 돌렸다. 문제는 돈. 퇴직금이라야 2000만 원 남짓, 은행 융자도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창업을 물색해본 결과 작은 자본이라도 사업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김씨는 최근 창업자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초보지만 조금만 고생하면 남부럽지 않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씨처럼 자본은 작지만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자본이 넉넉하면 고를 수 있는 아이템도 다양하겠지만 자본이 작다고 기죽을 일은 아니다. 대신 자신에게 맞고, 자금 규모에 맞는 창업 아이템을 찾는데 좀 더 많은 발품이 필요할 뿐이다.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소자본 창업 아이템 중의 하나가 '원두커피 위탁판매업'이다. 특히 이 사업은 필요자금이 1000만원 선인데다, 1인 창업도 가능해 여성들과 투잡을 원하는 사람들도 도전해 볼 만하다.
●창업자금 1000만 원 남짓 예비창업자에 인기
원두커피 사업을 하는 티엔텍 내리커피(대표 장수자·www.naericoffee.com)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창업에 대한 열기가 높아지면서 창업 문의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5~6월 들어 창업 문의가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내리커피가 예비창업자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별로 안들이면서도 창업이 가능해서다. 내리커피 창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1300만원이 채 안 된다. 커피 원재료를 사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720만원, 경영지원비가 250만원, 지역독점상권비가 300만원이다. 정확히 말해 1270만원이면 족하다.
별도의 판매장을 갖추면 좀더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굳이 매장을 갖지 않아도 된다. 경영지원비는 판매장소 섭외와 설치, 온라인 판매용 홈페이지 개설, 홍보물 지원 등에 쓰인다. 특히 30개 매장과 매대에 초도 상품을 본사에서 마련해줘 출발이 안정적이다. 회사측은 "초보 창업자가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덜어주고, 높은 마진을 보장하기 위해 이런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진도 작지 않다. 평균 마진율이 30%대에 달한다. “타사 제품보다 20% 정도 높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김화자 용인대리점주는 "대개 커피시장 마진이 10%인데 반해 내리커피는 30%까지 가능하다. 대리점주로서 상당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손가락 3개 잘린 아픔이 발명 특허
내리커피의 '원두커피'는 발명 특허를 받았다. 이 회사 장종익 공장장이 발명한 이 커피는 기존의 원두커피가 내려 마시기 불편하다는 점을 개선했다. 일반 커피 믹스처럼 물만 부으면 마실 수 있다. 장 공장장은 제품 개발을 위해 자신의 손가락 3개가 잘려 나가는 아픔도 참았다.
장수자 대표는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 사업을 같이 하자는 막내 동생의 열정에 감동했다. 그가 나에게 내민 것은 손가락을 잃으면서 완성한 1회용 원두커피와 찻잔 하나였다. 커피포트에서 물을 부어 즉시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며 사업 초기의 비화를 소개했다.
내리커피는 향과 맛도 일품이다. 고유의 원두향을 최대한 유지한다. 100% 아라비카 고급 원두 사용으로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도 충족시켰다. 내리커피를 친구집에서 마셔봤다는 윤수영(여)씨는 "향이 진하고 기존 커피에 비해 뒷맛이 깔끔했다"며 만족해 했다.
종류도 다양하다. 맛이 부드러운 소프트블랜드(soft Blend), 향이 강하고 단맛이 나는 스페셜헤이즐럿(Special Hagelnut), 맛이 강한 에스프레소골드(Espresso Gold) 등 3가지다. 카세트 필터 하나로 5잔까지 마실 수 있어 경제적이다. 갓 볶은 원두커피를 자판기 가격에 마실 수 있다. 커피필터는 아기 젖병을 만드는 것과 동일한 재질로 만들어 위생까지 고려했다. 이 밖에 프림이 들어가지 않아 멜라민 공포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신수경 이사는 "맛은 물론 건강까지 생각한 것이 내리커피의 컨셉트"라며 "인스턴트 커피믹서가 판을 치는 커피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