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 한가운데 자리 잡은 듯한 세 칸 초옥의 소탈함이 정겹다. 남종 문인화의 거장으로 유명한 소치 허련(1808~1893)의 ‘일속산방도’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문인화가 아니라 실경 산수화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 강진군 천개산 백적동을 실사했다.
소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소치 이백년, 운림 이만리’가 예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02-580-1284)에서 내달 1일까지 열린다. 말 그대로 ‘문자향 서권기’를 흠뻑 맛 볼 수 있다.
소치는 윤선도 고택인 해남 녹우당에서 윤두서의 화풍을 익힌 후 추사 김정희 문하에서 서화수업을 받았다.
산수는 물론 사군자·화훼·괴석·노송 등 모든 화목에 능통했고 이하응·민영익 등 당대 최고의 문인 예인들과 교유하며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특히 ‘허모란’이라 불릴 만큼 다수의 묵모란 작품을 남겼다. 스승 김정희가 세상을 떠난 1856년에 낙향한 소치는 전남 진도 운림산방에 정착한다.
미산 허형, 의재 허백련, 남농 허건, 임인 허림, 허진 (5대주인)등으로 이어지는 운림산방의 화맥은 호남은 물론 한국 문인화의 산실로 우뚝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