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 선발 김선우(31)는 김광현(SK)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조기 강판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긴 이닝을 소화했다. 112개의 공을 던지면서 6⅔이닝을 2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막았다.
이전 경기에서 직구 위주의 윽박지르는 피칭을 구사하던 김선우는 5차전에서는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많이 섞으면서 SK 타자들을 요리했다.
김선우의 이날 호투는 국내 복귀 해외파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식 야구'에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8 프로야구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메이저리그 출신 동갑내기 김선우와 서재응(31·KIA)의 복귀였다. 양 구단은 기대치에 걸맞게 두 투수에게 각각 계약금 포함 15억 원이라는 거금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실제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서재응은 16경기에서 5승5패(평균자책점 4.08)에 그쳤다. 두산은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을 했지만 김선우의 시즌 성적은 21경기에서 6승7패(4.25)에 머물렀다.
하지만 김선우의 '변신'은 이들이 에이스로 재도약할 수 있는 힌트를 준다. 개막 3연패 등 전반기 3승5패로 부진한 김선우는 올림픽 휴식기 동안 투구폼 교체를 단행했다. 피칭시 보폭을 다소 줄이면서 하체 위주로 공을 던지게 된 것. 시즌 중 투구폼 교체는 위험하지만 김선우 자신이 요청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올림픽 직후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끊었고, 3연승을 거뒀다.
단점을 과감히 버리고, 담당코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 결과다. 김선우는 "이제 메이저리거였다는 자존심은 버렸다. 한국에서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해외파에겐 데뷔 첫해 징크스라는 게 있다. 서재응·김선우뿐 아니라 지난해 봉중근(LG)·송승준(롯데)·최희섭(KIA) 등도 첫 해에는 기대치에 못미쳤다. "고급야구를 경험했고, 그 동안 해오던 방식이 있기 때문에" 훈련부터 선수 각자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선우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한국적 스타일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달렸다. 2년째인 봉중근이 지난해 5승 투수에서 올 시즌 11승 투수로 거듭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