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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군] 육군 첫 창작 뮤지컬 ‘MINE’ 첫 공연
“그게 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
누가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다르게 읽혀질 것이다. 지난 17일부터 창군 이래 최초로 육군에서 기획한 창작 뮤지컬 ‘MINE’이 국민에게 첫 선을 보였다.
군에서 기획한데다가 군을 소재로 하고 있는 뮤지컬이다보니 너무 딱딱한 이야기이거나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같은 뻔한 감동만을 전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그러나 첫회가 공연된 대전 충남대 정심화홀의 1800여명 관객은 웃음꽃을 피우며 유쾌하게 뮤지컬을 지켜봤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라는 말이 무겁게 다가오기 보다는 폭소를 터뜨릴만큼 친근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또 비보잉과 현대무용 등 다양한 예술장르가 젊은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뮤지컬 ‘MINE’은 입영을 앞 둔 젊은이와 군인 아버지를 중심으로 가족과 친구간의 화해와 우정·사랑을 그리고 있다. 한류스타인 안칠현 일병(예명 강타, 8사단 수색대대)과 양동근 이병(3사단 군악대)을 비롯해 오디션을 통과한 40여명의 육군 장병들이 군사 훈련 못지않은 강도 높은 연습을 통해 녹록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덕분에 일본과 대만 팬까지 뮤지컬을 관람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군인 아버지에게 반항하지만 오히려 ‘각’을 중시하는 군이 떠오를듯한 모범생 이미지 안 일병(이은호 역)과 어려운 환경에서도 춤을 사랑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양 이병(강봉태 역)의 넉살과 정제되지 않은 듯한 이미지가 충돌하면서 웃음을 전달한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이 시대 대한민국 젊은이라면 한번쯤 고민하게 되는 입영문제라는 진지한 고민도 살아 숨쉬고 있다.
특히 뮤지컬 속에서 보여지는 DMZ의 매복작전 전 총기안전점검모습과 족구·황금마차(이동 충성클럽) 등은 때론 사실적이면서도 때론 코믹하게 비치면서 군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군의 실제모습을 알게하고, 경험자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지난 2000년 DMZ 지뢰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던 이종명 대령의 실화가 모티브로 쓰이면서 진한 감동도 전한다.
뮤지컬을 관람했던 양정연 씨(대경대 뮤지컬학과 3학년)는 “군에 입대한 대학친구가 이번 뮤지컬에 출연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는데 너무 멋있었다. 평소 잘 모르고 지냈던 군인의 모습을 가깝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뮤지컬을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도 이야기나 음악 모두 수준급이었다”고 평했다.
주연을 맡았던 안 일병도 “뮤지컬이 첫 무대라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관객들 환호로 다 잊을 수 있었다. 젊은 친구들이 군에 갖고 있는 선입견을 바꾸고, 대한민국 군인이 멋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 이병도 “많은 걸 더 비춰주기 위한 첫 단추였을 뿐이다. 관객들 각자가 진한 감동과 생각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뮤지컬 ‘MINE’은 설도윤 예술감독(제12회한국뮤지컬대상 프로듀서상), 김덕남 연출(뮤지컬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이구아나’ 등), 문희 극작·작사(뮤지컬 ‘보잉보잉’ ‘안녕 프란체스카’ 등), 구소영 음악감독(뮤지컬 ‘라디오 스타’ ‘달고나’ 등) 등 실력있는 연출·스태프가 참여했다.
‘MINE’ 공연은 24일부터 사흘간 서울 충무아트홀, 31일부터 사흘간 광주 문화예술회관, 11월 7일부터 사흘동안 대구시민회관, 11월 15·16일 부산시민회관, 11월 22·23일 강원대 백령문화관에서 순회공연을 갖는다.
대전=이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