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두산 팬들은 ‘금메달 4인방 타순’을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정규시즌에서는 이종욱-고영민-김현수-김동주 등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주역들이 1∼4번 타순에 차례로 배치되곤 했으나 김경문 두산 감독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선 오재원을 2번 타순에 기용하고, 고영민을 6번으로 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내야수 고영민(24)이 6번에 배치된 것은 단순히 타순 강등이 아니다. 오히려 오재원과 고영민의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벤치의 의지가 담겨 있다. 타석에서 1루까지 뛰는 속도가 빠른 오재원을 상위 타순으로 올려 더블 플레이를 줄이는 동시에 고영민을 중심 타선 바로 뒤에 포진시켜 ‘해결사’의 임무를 맡기겠다는 의도다.
올 시즌 삼성전 성적만 봐도 고영민의 ‘해결 능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영민은 정규시즌에서 두산이 삼성에 따낸 8승(10패) 중 무려 4번이나 결승타를 때려냈다. 시즌 타율은 2할6푼7리이지만, 삼성전에서는 타율 3할2푼8리에 2홈런 1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고영민은 올 시즌 9홈런 70타점으로 팀내 홈런 공동 2위와 타점 3위를 기록했다. 때문에 삼성 투수들에게는 중심 타선을 넘어선 뒤에도 6번 타순의 고영민과 만만치 않는 승부를 벌여야 하는 부담감을 안겨줄 수 있다. 또 고영민이 시즌 도루 4위(39개)에 오를 만큼 발도 빨라 상대팀 내야는 하위 타선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김경문 감독은 “고영민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선수다. 홈런 타자도 아니면서 삼진을 많이 당한다. 그러면서도 사사구도 매우 많다”고 말했다. 고영민은 올 시즌 109개의 삼진으로 롯데 가르시아(100개)를 제치고 삼진왕의 불명예를 안았다. 그렇다고 선구안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사구도 88개로 8개 구단 타자들 중 1위다. 볼넷은 74개로 김현수(두산•80개)에 이어 2위, 몸에 맞는 볼이 14개로 이대호(롯데•18개), 최정(SK•17개)에 이어 3위다.
고영민은 삼성과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데 대해 “특별히 까다롭거나 쉬운 팀은 없다.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자신감 있게 플레이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신화섭 기자 [myt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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