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제대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어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면 간혹 꾸는 ‘악몽’이 있다. 귀신이 나오는 것도 맹수에게 쫓기는 것도 아니지만 식은땀이 절로 나는 이 꿈은 바로 재입대해서 군생활을 다시 하는 것. 그런데 대부분이 ‘악몽’으로 여기는 반면 인생의 ‘기회’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올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예비역과정 부사관이 되기 위해 육군부사관학교에 입교한 후보생들이다. 이들은 제대하고 나서도 군이 좋아 다시 군을 찾았다. 무려 세 번째 군생활에 도전하는 후보생도 있다.
■군대에 세번 입대한 남자
육군부사관학교에서 3주간 훈련을 받은 김진상(30) 후보생은 7월 25일 하사로 임관했다. 이번이 세번째다. 1999년과 2003년에 이미 두 차례 육군 하사로 임관해 701특공연대 통신담당관과 53사단 행정보급관으로 있었다.
올해 2월 전역했지만 “병사들과 함께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을만큼 군이 좋다”며 다시 부사관을 지원한 것이다. “30세까지 지원이 가능하기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주임원사 꿈을 꼭 이루겠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성공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후배들에게도 좋은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며 후회없는 선택임을 강조했다.
반면 김재현(28) 후보생은 같은 날 중사로 임관했다. 그가 부사관의 길을 걷기로 하는 데는 남다른 용기를 필요로 했다. 그는 올 6월까지 최전방 GOP에서 장교로 근무를 했었다. 3차례 장기에 비선되면서 대위로 전역을 하게 됐지만 “6년간 군에 복무한 열정을 그대로 부사관으로서 발휘하겠다”며 “계급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군의 경험을 살려 전문가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2기째를 맞은 예비역 부사관에는 총 92명이 임관을 했고, 이중 대위와 중위 경험을 갖은 후보생만도 8명이나 됐다.
■공동체 의식 함양으로 전투력 극대화
예비역 부사관 후보생들은 일반 부사관 후보생들이 10주간의 교육을 받는 것과는 달리 군사적 경험과 군 복무경력을 인정받아 3주간의 교육을 받으면 임관할 수 있다. 짧지만 ‘진하게’ 받아야 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강한 전사’로 거듭 태어나 최정예 전투부사관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사관학교에서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
먼저 장애물 이용 순환 체력단련 프로그램으로 타잔나무타기·외줄오르기·윗몸일으키기·팔굽혀펴기·철봉을 연이어 실시함으로써 강철같은 체력을 다진다. 학생대장인 김승태 소령은 “부사관들이 야전에서 병사들보다 체력적으로 우위에 서서 지휘할 때 강한 전사, 강한 군대가 될 수 있지 않겠냐”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체력이 증강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체력과 같은 외형적인 측면과 함께 내적인 병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V-NQ(Vision-Network Quotient) 운동도 보급하고 있다. 장병들이 서로 믿고 의지했을 때 가능한 여러가지 동작들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다져 끈끈한 팀워크를 이룬다. 김진영 후보생은 “합동심과 단결력이 저절로 키워진다”고 말할 정도다. 이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하나’라는 정신이 밑바탕이 되면서 전투력도 배가될 수 있는 것이다.
■육군부사관학교는
한국전쟁 중인 1951년 부산에서 창설됐다. 1군 하사관학교와 3군 하사관학교가 1981년 10월 현 위치인 2군 하사관학교와 통합한 후 육군하사관학교로 개칭되었다. 2001년부터 현재의 육군부사관학교의 이름으로 국가방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며, 연간 1만여명을 교육하는 세계 최대의 간부를 양성하는 ‘군사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였다.
익산=글·이방현 기자 [ataraxia@joongang.co.kr] 사진·이영목 기자 [ym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