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두산전 1회초 1사 2루에서 2루주자 고영민이 김동주 타석 때 3루도루를 시도했으나 LG 3루수 김상현에 태그아웃되고 있다. 아웃을 외치는 박기택 3루심의 동작이 역동적이다.
'과속은 금물.'
발 빠른 주자들이 많아 '육상부'라는 애칭이 붙은 두산. 3일 현재 45도루로 SK와 함께 팀 도루 공동 1위에 올라있다. 톱타자 이종욱(11도루)을 비롯해 고영민(9개), 민병헌, 김현수(이상 6개) 등이 뛰는 야구를 주도하고 있다. 두산과 상대하는 팀들은 이들이 누상에 나가는 것을 신경쓰라 이중고를 겪고 상대 배터리는 도루 저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때로는 빠른 발을 너무 과신하다가 화를 부르기도 한다. 4일 두산-LG전에서 흔치 않은 장면이 나왔다. 두산은 1회 이종욱이 2루수 옆 내야 안타로 1루로 살아나간 후 1사 후 고영민의 좌중간 2루타 때 여유있게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이때까지는 빠른 발이 빛났다.
호쾌한 2루타로 최근 타격 부진을 털어낸 고영민은 김동주 타석 때 2구째 기습적인 3루 도루를 시도했다. 투수의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뺏은 고영민은 LG 포수 조인성이 송구보다 일찍 여유있게 3루 베이스로 다달았다. 멋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 베이스를 터치, 시즌 10호 도루를 성공하는가 하는 순간. 상황이 급반전했다.
너무 빠른 스피드를 이기지 못한 고영민은 3루 베이스를 찍은 후 몸이 베이스를 타고 완전히 파울 라인으로 넘어갔다. 두 다리를 뻗어 베이스를 여전히 터치하려고 했지만 과속을 이기지 못해 오른 발이 3루와 살짝 떨어지고 말았다. 조인성을 송구를 뒤늦게 잡은 3루수 김상현은 고영민의 발이 떨어진 순간, 잽싸게 고영민의 다리를 터치했다. 3루심 박기택 주심은 큰 액션과 함께 아웃 선언. 고영민은 벌떡 일어나 항의를 했지만 발이 떨어진 것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고영민은 마치 운전에서 과속으로 딱지를 떼인 것과 비슷한 결과를 받아들이고 덕아웃으로 쓸쓸히 들어갔다.
잠실=한용섭 기자 [orange@joongnag.co.kr] 사진=김진경 기자 [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