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엑스트라 이닝] KBO 슬림화에 육성위원회가 타깃?
최근들어 아마야구는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선수 부족으로 인해 최소한의 인원마저 구성하지 못해 해체되는 팀이 나오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마·프로야구의 ‘젖줄’인 유소년 팀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이다. 2006년까지만 해도 전국의 리틀팀이 17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무려 52개로 늘어났다. 3배나 증가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래도 야구에 희망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으로 프로야구라는 나무 가지는 조금 말라갔지만 그래도 뿌리는 조금씩 땅속으로 뻗어가는 모양새이다.
유소년 야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야구가 좋아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회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래 육성위원회는 2003년 아마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에 생겼다.
하지만 2년 정도 명목상 운영되던 위원회는 재정난을 겪으면서 2005년부터 KBO로 이관됐고 이때부터 야구 원로들이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초대 위원장이었던 김인식 현 한화 감독 등 육성위원들은 야구의 밑바닥을 살리기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야구전도사'노릇을 했다.
2006년부터 그 자리를 물려받은 이광환 위원장 때부터 본격적인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하나 둘 창단 팀이 늘어났고 지난 해 7월에는 포항에서 열린 KBO총재배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에는 135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이를 본 한 야구인은 '유소년 야구의 고시엔대회'라고 부르며 감격하기도 했다. 그래서 일간스포츠는 지난해 연말 제일화재 야구대상 공로상을 이위원장에게 주었다.
육성위원회가 공격적으로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토토에서 제공해주는 운영자금이 큰 도움이 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문화부지침에 따라 수익금의 일부를 주최단체 지원금으로 내려보내는데 그중 최소 70%이상은 유소년 사업에 사용하도록 지정되어 있다.
지난해 육성위원회는 20억원가량을 유소년 팀 창단 물품 지원, 야구 기본을 가르칠 수 있는 DVD제작 공급, 야구 이론서 번역 출간, T볼 보급, 여자야구의 활성화와 연맹 창립 등에 사용했다. 올 해는 진흥공단으로부터 60여억원(지난해 36억원)을 받으면 그중 일부를 야구 클리닉 개최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육성위원회의 축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KBO내부에서 일고 있다고 한다. 현대 사태를 겪으면서 KBO조직의 슬림화를 요구하자 위기감을 느낀 일부 KBO 실무진 사이에서 난데없이 돈만 많이 들어가는 육성위원회의 축소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한다.
어른들이 자기 자리 보전을 위해 KBO가 가장 신경써야만 할 유소년 야구의 싹을 자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니 어이없다. 하일성 사무총장은 "구단과 겹치는 부문에 대해서는 조정이 좀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오해다"며 "절대로 축소는 없다"고 했다.
야구의 씨를 뿌리고 가꾸어 열매를 맺도록 온갖 뒷바라지를 해주어야 할 KBO가 그동안 음지에서 고생을 한 육성위원회의 의욕을 꺾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소문이 소문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이석희 기자 [seri@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