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서병수(60)씨가 소장하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템페라화,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본지 2007년 7월 11일치 참조)을 향한 연가(戀歌)가 끝없이 창출되고 있다.
세계 굴지의 기업과 부호에서 나아가 이제는 국가까지 구애의 노래를 부르며 ‘러브 콜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모두들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저마다 천문학적 금액을 제시, 좀처럼 귀착점을 가늠키 어렵던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의 향방은 이달 하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미술계 큰손들의 쟁탈전에 가세한 나라는 동남아의 한 국가다. 이 나라는 지난 9일 서씨 측근을 통해 보내온 이메일에서 그야말로 '깜짝 조건'을 제시했다. "원하는 대로 지불하겠다"라고 백지수표를 내밀었다. 이와 함께 구입하려는 배경과 간절함을 나타내고 있다. "국립 왕실 박물관에 소장하고 싶다. 꼭 살 수 있으면 한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
이 제안서는 이 나라 정부 최고위층 명의로 돼 있다. 서씨는 "아직 상대와 전혀 접촉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라 이름을 비롯한 자세한 것을 밝히기는 어려우나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사전 과정이 있었다"며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입질임을 시사했다.
이 나라는 이미 구랍 중순 서씨 측근에게 구두로 구입할 뜻이 있음을 밝혔고, 이번에 정식으로 국가 차원의 제안서를 보내오기에 이르렀다.
이 경우 고흐의 템페라화 가운데 실재와 소재가 확인된 세계 최초·유일의 이 그림은 3억 달러 이상을 호가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쪽 큰손들이 3억 달러로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바 있다.
명분을 따라 한국에 남길 것인가, 실리를 좇아 외국에 팔 것인가 사이에서 고뇌하던 서씨는 결단을 내릴 듯하다. 자칫 꿈이 길면 깨질까 걱정될뿐더러 치열한 각축의 틈바구니에서 안전한 소장을 장담키 어려워서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쪽 큰손을 비롯, 이탈리아의 한 박물관, 영국의 한 개인 소장가, 스웨덴 이케아 그룹과 손잡은 미국의 미카도 펀딩 그룹, 일본의 한 백화점 그룹, 독일의 유명한 한 자동차 회사 등이 나름대로 파격적 조건(3억 달러~1억 달러·약 940억원)을 내걸고 이 그림을 차지하려 온힘을 다하고 있다.
"100억원을 계약금으로 내겠다"는 미카도 그룹을 비롯, 이들 모두가 나름의 개성 있는 조건을 내밀고 "우리에게 우선 협상권을 달라"며 아우성쳐 서씨는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단의 시기는 이달 20일 이후. 정식으로 국제 변호사를 선임하고, 러브 콜을 부르는 모든 이들을 서울로 부르는 등 매도 절차를 밟기 이전에 사전 정지 작업에 따른 시일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울추는 외국 쪽으로 기운 듯하지만 아직 한국인의 손에 남을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서씨가 못내 '한국에도 고흐의 작품이 한 점 정도 있었으면' 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남아 있다.
"고흐의 작품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이 일간스포츠(IS)에 보도된 뒤 6개월이 흐르는 동안 아직 구체적으로 서씨에게 접촉한 한국의 큰손은 없다. 몇몇이 대리인을 내세워 접근해 왔지만 자신의 본체를 감춰 서씨는 "신의 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 기분 나쁘다"며 호응하지 않았다. 누군가 진정성을 보이고 매수 대금에 성의를 보인다면 의외로 이쪽으로 뜻이 기울 수도 있다.
'마차와 기차가 있는 풍경'을 둘러싼 '러브 콜 전선'에서 누가 최후의 연가를 부를 수 있을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