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MLB인사이드] 새로운 야구 통계 지수 ‘MIMR’의 등장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부상으로 힘들었던 시절 지역 신문인 ‘포트 워스 스타-텔레그람’지는 끈질기게 그를 비난하는 논조를 유지했다.
2001 시즌 후 LA 다저스에서 FA가 돼 당시 투수 최고액인 5년 6500만 달러에 입단한 선수가 기대했던 활약을 해주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결국 박찬호는 2005년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됐고, 올 시즌 뉴욕 메츠, 휴스턴을 거쳐 2008년 새해에는 1994년 자신을 메이저리그에 데뷔시킨 LA 다저스로 복귀한다.
7차례 사이영 상 투수 로저 클레멘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메이저리그의 스테로이드와 인간성장호르몬(HGH) 사용 실태를 파헤친 ‘미첼 리포트’가 발표된 이후 미 언론에서도 팬들을 기만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포트 워스 스타-텔레그람지의 데이비드 토마스가 내놓은 주장이 가장 획기적이다.
데이비드 토마스는 ‘이제 새로운 야구 통계 지수를 사용해야만 하는 때가 왔다’며 ‘MIMR’의 도입을 제안했다. ‘MIMR’은 ‘Mentions In the Mitchell Report’의 약자로 '미첼 리포트에 이름이 언급된 횟수'를 의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박찬호의 LA 다저스 시절 동료였던 에릭 가니에는 텍사스를 거쳐 금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팀 멤버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가 다저스 때부터 HGH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관계자들 대부분이 알고 있었는데 미첼 리포트가 발표되기 바로 며칠 전 절묘한 타이밍에 밀워키와 1년간 1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미첼 리포트에 그의 이름이 주연급으로 등장하자 밀워키의 덕 멜빈 단장은 구단의 수치라고 뒤늦게 불만을 표시했으나 이미 계약은 끝났다.
만약 메이저리그에 통계 지수 ‘MIMR’가 있었다면 가니에가 밀워키와 계약할 수 있었을까? 그의 올시즌 성적은 4승2패 16세이브 평균 자책점(ERA) 3.81, 그리고 21 MIMR이다.
‘21 MIMR’은 미첼 리포트에 가니에의 이름이 모두 21번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정도면 중독 수준이어서 새 팀을 찾기가 쉽지 않다.
높을수록 나쁜 MIMR 지수 1위는 2005년 ‘주스드(Juiced)’라는 저서를 통해 메이저리그의 금지 약물 실태를 폭로한 호세 칸세코로 105에 달한다. 위증죄로 기소된 배리 본즈는 103 MIMR이다. 한국인 빅리거들의 MIMR은 당연히 모두 Ɔ'이다.
'MIMR 지수'만큼 눈길을 끌었던 기사는 캐나다 위니페그 선지의 테드 와이먼의 글이었다. 그는 “미첼 리포트가 증명한 사실이 더 있다면 그것은 스테로이드가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회 균등(equal opportunity)’의 정의를 실현해 투수와 타자, 육상 등 종목, 스타나 기량 미달의 선수들을 전혀 차별하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로스앤젤레스=장윤호 특파원 [changyh@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