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스톨 탐험대 출항!"
2일 한강 위에 해적선이 떴다. 그 해적선에서 "출항"을 외치는 국민적인 영웅이 있었다. 바로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급 16좌 등정의 산악인 엄홍길씨(49). 그의 외침에 배를 가득 채운 10대 유저들도 "출항"을 연호했다.
쌀쌀한 날씨 속에 여의도 유람선 선착장에 정박 중이던 해적선이 40분간의 여정을 출발했다. 이날 엄홍길씨는 해적선 선장이 되어 5일 오픈되는 모험 판타지 MMORPG '브리스톨 탐험대'의 명예 홍보대사의 사령장을 받았다.
그는 이날 코스프레 복장으로 눈길을 끌었던 캐릭터 걸이나 마술 공연을 펼쳤던 마술사보다도 더 인기가 높았다. 수많은 어린이와 어머니들이 앞다퉈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안티가 없다'고 알려진, 마음씨 고운 그는 한번도 거절하는 법 없이 웃음으로 응했다. 수원에서 온 한 학생은 티셔츠 등에 그의 친필 사인을 받기도 했다.
그는 왜 게임의 홍보대사가 되었을까. 엔씨소프트가 매년 여는 국토대장정 행사인 문화원정대에 박영석씨가 대장으로 이끄는 것이 떠올랐다. 산악인들이 게임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게임이라고 해서 처음엔 안 좋은 선입관을 가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니까 폭력성이 없고, 우리에게 친숙한 '보물섬' 스토리에다 무엇보다도 탐험이라는 주제가 끌렸다."
그는 솔직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탐험 정신이야말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닌가. 그는 게임사에서 요청해온다면 게임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이나 게임 속 '엄대장 루트' 등도 허용하고 싶다고 했다.
"게임을 하는 것을 보니까 산과 바다 등 자연과 어우러지더라. 미지를 개척하면서도 자연을 맛보게 해 맘에 쏙 들었다."
아직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브리스톨 탐험대도 반드시 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해적선에 올라탄 아이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이 게임·컴퓨터 등 너무 실내에만 머문다. 어른들이 산과 들, 야외로 끌어내야 한다. 공부도 체력과 정신력에서 나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더불어 체험하면서 동료애와 자연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가 홍보대사 제의를 선뜻 승낙한 것도 브리스톨 탐험대를 통해 그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으리란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앞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탐험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청소년들이 산 같은 자연을 통해 도전과 모험 정신을 깨달았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산악인으로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예상과는 달리 최정상에 올랐던 것을 들지 않았다.
"산에서의 동료의 죽음과 희생을 보게 되었을 때 가장 힘들었다. 그 순간들을 잊을 수가 없다. 힘들다고 느껴질 때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그들을 떠올리며 고난이나 실패에 지는 것보다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일어서곤 한다."
그는 "그동안 8000m급 높은 산만을 찾아 모험했지만 이제 낮더라도 가치있는 산, 대륙별 최고봉이나 무명봉 등을 찾아갈 것"이라며 "도전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2일 또다시 모험을 떠난다. 남극 빈슨마시프(4895m) 등정을 위해 출국해 1월 말 귀환할 예정이다.
글·사진=박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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