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기 전,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아 희끄무레한 가운데 부산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양배추·김치·두부·콩나물·돼지고기·닭고기…. 수많은 식재료들이 하나 둘 트럭의 짐칸에서 창고로 옮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 식재료들은 잠깐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한다. 하얀 가운을 입은 장병들이 "오케이"할 때까지. 그 사인이 떨어지고 나서야 각 예하 부대의 트럭에 실릴 수 있다. 이때쯤이면 어느새 날이 서서히 밝아 온다.
남양주=글 이방현 기자 [ataraxia@ilgan.co.kr] 사진 이영목 기자 [ymlee@ilgan.co.kr]
■척 보면 압니다
단체 급식을 하는 곳이면 으레 식중독과 관련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예방과 관리가 조금이라도 허술하다면 그 틈 사이로 해로운 균은 기세를 펼친다. 전방의 물샐틈없는 경계 태세와 마찬가지로 해로운 균이 들어올 틈조차 허락 않는 철저한 경계가 식품검사반에서 이뤄진다.
그 현장 모습을 담기 위해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제2군수지원사령부 제2식품검사대의 제7식품검사반장인 금현옥(32) 대위를 찾았다. 이곳은 21개 부대, 1만 2000여 명의 장병이 먹는 음식의 재료를 책임진다. 마침 찾아간 날은 금요일이라 주말 식재료까지 포함돼 다른 때보다 많은 49t의 식재료가 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재료를 다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보통 10% 정도를 샘플로 해서 무작위로 위생 검사를 실시한다. 오감을 활용한 관능 검사와 함께 이·화학적 검사가 간략하게 진행된다.
우유의 경우엔 비중계를 통해 물을 탔는지, 알코올 테스트를 통해 상했는지를 살핀다. 김치는 냉장 상태, 유통 기한, Ph미터기로 산도 등을 측정한다. 두부는 냄새와 맛으로, 콩나물은 발아 여부와 뿌리가 썩었는지를 검토한다. "처음엔 구분이 어려웠는데 정상적인 것을 계속 지켜보고 맡아 보고 하다 보니 상한 것을 금방 알게 됐습니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수의사 자격증은 기본
군부대에 들어오는 모든 식재료는 국내산이다. 육류의 경우엔 목장에서 도축장까지 검수가 이뤄진다. 그래서 식품 검사를 담당하는 장교는 수의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관능 검사와 간략한 이·화학적 검사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실험실에서 정밀한 검사를 하게 된다. 여기에서 불합격되면 급양대로 다시 재료가 보내지고 납품 업체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인원·장비가 요구 조건을 갖추지 못해 국가 공인 기관이 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벌금을 무는 업체들이 항의를 하곤 하죠. 하지만 업체가 실험실에 와서 검사가 이뤄지는 과정을 직접 보고 나서는 그 결과를 인정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과거 시절만 생각하다 "군대 시설·수준이 이렇게 발전했냐"며 놀란다고 한다.
금 대위는 1998년 여군 수의 장교를 뽑기 시작한 첫해에 지원, 지금까지 군에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수의사 자격증이 있으면서 왜 군에 들어왔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죠. 하지만 군에서도 군견 치료·군마 진료·축산물 위생 검사 등 할 일이 많아요.
게다가 납품 업체들이 군에 들어오는 음식을 자신의 애인·자식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데 일조한다면 보람도 크죠." 뷔페에서 열과 오를 맞춰 음식을 떠 오고, 마트에서는 달걀이 상했는지 흔들어 보며, 식당에 가면 위생 상태부터 살펴보는 '직업병' 아닌 직업병에 걸린 금 대위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밖에서 먹는 것보다 믿음이 가고 훨씬 좋은 재료로 만드니 군 식당을 이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의 농담이 결코 가벼이 흘려들을 만한 일은 아니리라.
■2군수지원사령부는?
육군 제2군수지원사령부는 제3야전군의 핵심 전력인 5·6·7군단 지역 전 부대에 대한 물자 및 장비 보급과 정비를 지원하는 최정예 군수 지원 부대이다. 1966년 6월 1일 현 위치인 의정부에서 창설되어 현재 예하 부대로는 보급대대·정비대대·탄약대대·수송대대·급양대·의무 보급 정비대대·특수 장비 정비대 등 21개 부대가 편제돼 전투 부대 중심의 완벽한 군수 지원을 담당한다.
■식품검사대는?
식품 조달·수송·저장·조리·섭취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검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먹을 거리 안전 지킴이'부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하수법에 의거해 수질 검사 전문 기관으로 인정받아 군용 급수원 및 기타 먹는 물(냉·온수기 포함)에 대한 수질 검사를 실시, 장병의 급수 위생을 향상시켜 수인성 전염병 예방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부식 수령 단위 부대 취사장 위생 점검, 식품 생산 공장 위생 점검, 부식 수령 차량에 대한 위생 점검 또한 연중 발생하는 식중독을 예방하는 데 한몫한다.
■금현옥 대위는?
1975년생. 98년 경북대학교 수의학과 졸업(수의학사), 7월 수의장교 소위 임관(여군 사관 43기). 제1군지사 식품검사대 검사장교, 국군군의학교 수의업무 교관, 국군의학연구소 수의학과장, 서부 사하라 PKO(평화 유지 활동) 17진 국군의료지원단 방역 장교, 5군지사 식품검사대 1·2 식검반장 등 역임, 현 2군수지원사령부 식품검사대 7식품검사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