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횡성은 경기도의 동쪽 끝 양평과 맞붙어 있는 작은 고장이다. 행정구역은 강원도에 속해있지만 동서를 가르는 영동고속국도와 남북으로 따라 달리는 중앙고속국도가 관통하고 있어 수도권에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1시간 30분도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횡성은 유명 관광지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최근까지 찾는 이가 드물었다. 이로 인해 개발의 뒷전으로 밀리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대신 오염되지 않은 청정함을 유지할 수 있게 돼 이제는 오히려 막강한 경쟁력이 됐다.
지난해 여름 강원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많은 지역을 휩쓸고 지나갔을 때 이 지역은 우거진 숲이 제방 구실을 해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을 만큼 '원시 자연'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그러나 횡성은 태기산(1261m)·청태산(1181m)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계곡이 곳곳에 숨겨놓았을 뿐 아니라 4개나 되는 자연휴양림을 갖추고 있는 등 찬찬히 훑어보면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적지 않다. 또한 스키장과 골프장을 품은 현대성우리조트가 둔내에 자리하고 있다. 연인 또는 가족 단위의 1박 2일 여행 코스로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횡성의 또 다른 자랑은 전국 제일의 명성을 얻고 있는 횡성한우를 비롯해 더덕·안흥찐빵 등 풍부한 먹을 거리다. 횡성한우는 최근 방북한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가진 답례만찬 때 팔도 음식을 차리기 위해 준비했던 재료 가운데 하나로 선정될 만큼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앞서 부산 APEC 정상회담에 제공됐으며, 2007 축산물 경진대회에서 전국의 유명 한우를 제치고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때마침 18일부터 22일까지 횡성읍 섬강 둔치 일원에서 횡성한우축제가 열려 전국 제일의 한우 맛을 경험할 기회가 찾아왔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축제는 지난해에만 80여 만 명이 다녀갈 만큼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 지역민 대상으로 진행했던 태풍문화제를 발전시킨 것으로 올해에는 '오소, 보소, 먹소, 즐기소, 그리고 함께 하소, 횡성한우 사이소'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축제가 열리는 섬강 둔치는 폭 50m·길이 2㎞ 규모로 모든 주요 프로그램이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단순한 먹거리 축제를 넘어 함께 즐기면서 소중한 추억을 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특히 둔치에는 축제준비위원회가 마련한 프로그램만 진행되고 외부 상인들은 출입을 할 수 없도록 해 축제의 집중도를 높였다.
■어디서 뭘 할까
▲한우주제관
횡성 한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공간이다. 터널 형태로 만들어진 주제관에서는 횡성 한우의 역사를 비롯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처음 한우에 대해 등록, 인정 받은 '지리적 표시제'가 가져다 주는 의미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소 밭갈기 체험·새끼꼬기·짚신삼기·여물통만들기·도리깨 체험 등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선사하고, 어린이들에게는 농경 생활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축제에 맞춰 전국씨름대회도 개최된다. 아마추어 씨름꾼 뿐 아니라 이만기·이준희 등 1980~90년대 민속씨름을 이끌었던 역대 천하장사들이 대거 출전, 전통 씨름의 진수를 선보인다.
매일 오후 3시부터는 횡성 축협 주관으로 송아지 50마리를 사고 파는 경매시장이 열린다. 일반인이 아닌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하는데, 관광객은 제방에 마련된 객석에서 실제 경매 과정을 관람할 수 있다.
외양간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부엌을 포함한 전통 외양간 2동을 마련해 어미소와 송아지 등 8마리가 5일 동안 이곳에서 먹고 잔다. 관람객은 직접 여물을 주고 등을 긁어주거나 아궁이에 고구마를 구워먹을 수 있다. 작두를 이용해 여물을 썰어보는 것도 가능하다.
21일에는 특설 무대를 마련해 오후 7시부터 횡성 군내 최고 미인을 뽑는 더덕아가씨 선발대회를 갖는다.
▲전문식당가
횡성 한우를 주 재료로 사용하는 전문 식당이 들어선다. 등심·안심 등 특수 부위만을 취급하는데, 탁자만도 100개가 넘는 대규모다. 또한 관광객이 직접 조리해서 시식하는 셀프식당도 전문 식당과 비슷한 크기로 이곳에 마련된다. 시세보다 평균 20% 저렴한 고기와 야채·양념장 등을 직접 구입하면 별도의 추가비용이 들지 않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한우 시식 기회도 제공한다. 등심은 깍두기 모양으로 잘라 하루 두 차례 숯불에 구워내고, 사전에 양념을 한 불고기는 수시로 종이컵에 담아 내놓는다. 한우의 부위별 재료를 이용한 식당가도 운영된다. 불고기·내장요리·설렁탕·소머리국밥·도가니탕·꼬리곰탕·우족탕·선지국·해장국·곱창 등 메뉴도 다양하다. 육가공 식당에서는 한우를 이용해 만든 햄·소시지·햄버거 등도 맛볼 수 있다.
▲외양간 카페
가을을 상징하는 코스모스가 만발한 강 건너 꽃밭 한 가운데 외양간 모양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소나무로 기둥·대들보·서까래 등을 세우고 짚으로 만든 이엉을 얹어 운치가 가득하다. 허브차·오미자차·둥글레차·꿀차 등 전통차 외에 생맥주와 소시지 안주 등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젊은 연인 및 외국인을 겨냥해 전문 조리사를 초청, 횡성 한우를 이용해 개발한 스테이크 요리도 선보인다. 본 행사장과 카페는 두 개의 섶다리와 징검다리로 연결한다.
■먹고 자고 어디로 갈까
횡성 한우는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그래도 서울 시내의 웬만한 식당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횡성군에만 한우 전문 식당이 80여 개에 이른다. 이중 섬강 둔치 바로 옆에 자리한 함밭식당(033-343_2549)이 유명하다.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읍내에 사는 주민이면 모르는 이가 없다. 김명수(60) 사장이 지난 70년대 후반 개업, 30년 이상 같은 이름을 이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믿고 먹을 수 있다. 등심 1인분에 3만원. 새말IC 인근에 횡성축협이 운영하는 한우프라자(033-345-6160)는 외지인에게 이름이 높다. 2층에는 작은 규모의 한우박물관도 마련돼 있다. 1인분 4만원.
숙박 시설이 흡족한 편은 아니다. 읍내에는 10여 개의 모텔이 있을 뿐이다. 시설은 깨끗하고 분위기는 조용한 편이다. 조금 발품을 팔면 군 내 곳곳에 자리한 펜션이나 현대성우리조트·코레스코콘도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주변 여행지
▲현대성우리조트(www.hdsungwooresort.co.kr) 둔내면 두원리에 자리한 종합리조트이다. 겨울이면 스키와 스노보드, 봄부터 가을까지는 트레킹·골프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스키장에는 총 20개의 슬로프가 있으며, 지난달 개장한 골프장 오스타CC는 현재 18홀이 운영중이고 내년이면 나머지 18홀이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033-340-3000.
▲병지방계곡 횡성호 북쪽 어답산(789m)을 끼고 섬강으로 흘러드는 약 15㎞ 길이의 계곡이다. 바닥까지 비치는 맑은 물과 우거진 숲은 원시 자연의 순수함을 전해준다.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면 비포장 도로가 시작되는데, 홍천군과 경계를 이루는 발교산(998m) 능선까지 이어진다. 80년대 산림 벌채를 위해 만든 길로 트레킹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강원참숯 현존 국내 최고·최대의 숯가마이다. 황토로 만든 39개의 가마 가운데 하루에 4~8개의 가마에서 숯을 구워내는데, 하루 평균 들어가는 참나무 양이 30톤에 이른다.
이곳은 또 숯가마찜질의 원조다. 90년대 말 숯을 빼낸 가마의 열기를 이용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찜질을 시작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금도 하루 평균 100여 명이 찾을 정도다. 입장료 5000원. 찜질복은 지참해도 되지만 빌리면 2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033-342-4508.
-횡성이 한우의 고장이라 하는데.
"예로부터 횡성에는 한우가 많았다. 소위 '일소'라 불렸는데, 논은 물론 산간 경사지를 개간한 밭농사에 주로 이용했다. 예로부터 소를 사고 파는 우시장 규모도 서울 동대문 밖에서는 물론, 강원도에서도 가장 크다. 아울러 횡성에는 쇠목·우항 등 소와 관련된 지명이 많았다. 한우가 흔할 정도로 많았다는 의미다."
-횡성한우축제의 의미는.
"가장 큰 목적은 횡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군은 최근 자연·사람·기업의 조화로운 어울림을 통해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조한다는 '미래 청정 법인 횡성'이라는 캐치프레이스를 내걸었다. 또한 횡성은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전국에서 몇 안되는 청정지역이다. 이를 알리는데 지역 특산물인 한우를 활용할 뿐이다."
-최근 횡성한우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횡성한우는 축산물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 인정을 받은 브랜드다. 1995년부터 군 주도로 종자를 개량하고, 육우 관련 기준을 만들어 특별 관리하는 등 육질 개발에 투자한 결과다.
그리고 횡성은 토양·기후·물 등 환경적인 측면에서 소 사육에 가장 적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 결과 부산 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 메뉴로 선정됐고, 2007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됐다. 대통령상 수상으로 지난주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때 있었던 만찬의 식탁에 오르게 됐다."
-축제 현장에 대해 설명한다면.
"지난해부터 섬강 둔치에서 진행되고 있다. 약 50m의 폭에 2㎞ 가량 이어지는 둔치는 제방과 어우러져 최적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일관성 있는 동선을 이용해 관람객들이 순서대로 보고 즐길 수 있어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려도 큰 불편이 없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우축제라는 이름으로는 4회째를 맞지만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축제가 됐다. 특히 먹을 거리 축제로는 전국에서 최고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먹을 거리가 주제가 된 까닭에 즐기는 체험축제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보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좋은 느낌을 받고 돌아갈 수 있는 품격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 환경·시설·위생 등도 새롭게 단장해 외국인이 와도 손색없는 축제로 발전시키는 것도 준비중이다. 이같은 계획이 완성되면 축제 기간은 물론, 상시 외국인 관광객이 들러갈 수 있는 관광코스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