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돼야 되는 것이죠."
27일 광주구장. 경기 전 김시진 현대 감독은 이날 서울에서 들려온 '희소식'에도 담담했다. 신상우 KBO 총재는 400만 관중 돌파 기자 간담회에서 "현대를 인수할 기업은 있다. 11월까지 현대 매각 문제를 매듭지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담담한 이유는 일종의 '면역효과'다. 지난 1월 불거진 현대 매각 문제는 당시 인수 주체였던 농협이 손을 빼면서 뚜렷한 해결책이 없이 여러가지 설만 난무한 채 현재까지 진행돼 왔다. 그
리고 그 중심에는 신 총재가 있었다. '혹시나'했던 기대감은 총재의 발언이 지켜지지 않자 더 큰 실망감으로 돌아왔다. 따라서 매각·매수에 대한 정식 발표가 있을 때까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시즌 내내 안고 온 현대 문제는 그라운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KBO의 담보 대출로 경기는 치르지만 동기부여가 없는 선수단은 그만큼 안으로 곪아 갔다.
김 감독은 "사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조금만 견디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말로 선수단을 다독였다. 그러나 그것도 한 두번이었다. 왜 나라고 성적을 내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하는데, 당근이 없으니 채찍도 들기 무색하더라"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부임 첫해인 올 시즌 "하고 싶은 야구를 한 것은 절반도 안 된다"고 단언했다. 시즌 중반까지 4강권에 들었던 현대가 여름철을 지나면서 하위권으로 떨어진 것은 구단 살림살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론 이번엔 총재의 공언이 지켜지길 바라는 것밖에 달리 방도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김 감독은 "11월까지만 된다면 팀 전력을 추스려 내년 시즌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 감독은 부임 초 야구 색깔을 묻는 질문에 "색깔은 선수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 내가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내년 시즌에는 김 감독과 현대 선수들이 '원하는' 색깔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광주=정회훈 기자[hoony@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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