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포수 홍성흔(30)의 다짐이다. 프로 9년차의 각오로는 뜻밖이다. 게다가 국가대표 드림팀 단골 멤버였던 그가 아니던가.
하지만 홍성흔의 올 시즌 상황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선발 출전한 경기가 눈에 띄게 줄었을 만큼 팀내 입지가 좁아졌다.
지난 27일 광주 KIA전이 극명하게 말해준다. 김경문 감독은 체력관리 차원에서 채상병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키면서 대신 김진수를 포수 자리에 앉혔다. 홍성흔이 "나도 있는데…"라고 혼잣말을 하고 감독의 곁을 지나갔지만 김 감독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홍성흔의 이름을 지명타자란에 집어넣었다.
현재 두산 포수는 채상병이 주전이고, 김진수가 백업인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수비 측면에서 홍성흔은 김진수의 백업인 셈이다. 시즌 초에는 1루수 전향이라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그래도 불만을 내색하기보다 자신을 향해 책임을 돌렸다. 1999년 프로 입단 후부터 두산의 주전 '안방마님'이었던 홍성흔은 "2군에 있으면서 많이 반성했다. 부상이 있긴 했지만 그 동안 안일한 자세로 훈련을 게을리 한 결과"라며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지난 시즌 후 팔꿈치 수술과 오른 발목 수술을 한 홍성흔은 올 시즌 초 햄스트링 부상이 겹치면서 팀내 설 자리를 잃었다.
계속된 부상으로 방망이까지 좋지 않자 지난 7월 2군행의 수모도 겪었다. 홍성흔은 "채상병을 지켜보면서 내가 잘못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내년에는 몸을 추슬러 제대로 경쟁을 해보겠다"고 재차 각오를 다졌다.
개인적으로도 내년 시즌 포수 경쟁은 중요하다.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홍성흔에게 포수와 지명타자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홍성흔은 지난 15일 1군 복귀 후 12경기에서 타율 3할8푼6리(44타수 17안타·4홈런·14타점)으로 중심타자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동안 많이 쉬었는데 방망이라도 힘을 보태야죠." 사람좋게 웃는 홍성흔의 내년 시즌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