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이디를 보면 그 사람의 인생관이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물론 평범하게 자신의 이름을 딴 아이디를 가진 사람도 많지만 그 경우에도 그 사람은 평범을 지향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짜 학위 파문으로 미술계를 떠들석하게 하고 있는 신정아씨의 이메일 아이디는 신다르크(shindarc)다. 백년전쟁 때 프랑스를 구한 여성 잔다르크를 본받고 싶다는 것이었을까. 그러나 그녀는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용기를 발휘하고 만셈이다.
그녀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때 콘크리트더미속에 24시간 동안 깔려있다가 구조됐다고 한다. 그 이후로 내성적인 성격에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바람직한 이야기다. 위기를 겪고 난 사람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간다는 것은 입지전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그 적극성이 이러한 형태로 발현되어서는 곤란하다.
일반적으로 미술관 큐레이터들은 눈이 번쩍 뜨일정도로 고학력자가 많다. 박사과정을 제대로 밟은 재원들이 수두룩하다. 신정아씨는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기획전시에 있어 어느정도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재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졸업장을 중시하는 사회다. 번듯한 학벌이 없으면 행세하기 힘들다. 결국 사기극으로 막을 내리는 신정아씨의 신데렐라 이야기도 우리사회의 고질병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웬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