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을 빌렸다. 선이자를 떼고 손에 쥔 돈은 60만원. 2년 동안 1300만원을 갚았는데 원금은 100만원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자만 죽도록 갚았다. 그런 계산법이 어디 있냐? 이렇게 따지면 속 편한 소리다. 적어도 대부업계에서는 공식이다. 그런데도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대출해 주는 사람들도 골머리를 앓는다고 말한다. 돈을 빌려 주면 떼이는 것이 불 보듯 뻔한 신용 불량자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쩐’을 놓고 쫓고 쫓기는 피 말리는 전쟁이다.
■당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김씨(33·여)는 지역 정보지에서 ‘신용 불량자 환영’이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손이 저절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40만원을 빌렸는데 선이자 30만원을 얹어 70만원 빌린 것으로 됐다. 그래도 얼마나 갈구하던 돈이었는가. 보너스라도 탄 기분이었다.
이씨(27)는 여자 친구와 함께 있기 위해 일수를 썼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로서는 매일 이자 1500원을 갚는 것쯤이야 정도로 생각했다. 씀씀이는 커지고 휴대폰 요금이 밀리면서 펑크가 났다. 여자 친구의 빚 900만원까지 겹쳐 장기 매매를 고려하고 있다.
또 다른 이씨는 2년 전에만 해도 매장 네 곳을 운영했다. 직원도 12명이 있었다. 그는 “잠깐 쓰고 갚겠다는 생각으로 500만원을 빌렸는데 1억이 됐다. 이를 갚기 위해 다시 3000만~4000만원을 끌어왔다. 악순환이 계속되며 한순간에 무너졌다. 처음엔 월 5.5%이지만 연체 이자가 붙으면 끝을 알 수가 없다. 월 15% 이상이다. 아내가 임신 중이지만 병원도 못 간다. (대출) 광고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때 잘나가던 사장이었던 그는 현재 가스 충전소에서 일하고 있다.
■이렇게 높은데 월 이자? 돈 없는 사람한테서 돈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의 절반이 신용 불량자이다. 그들은 이혼하여 혼자 사는 사람들도 많다. 서너 곳을 이용하며 돌려막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동네 일수집은 소액 대출을 주로 한다.
문제는 소규모보다 대규모의 대부업계에서 과잉 추심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는 데 있다. 비정규직이 주로 담당하고 실적 위주의 진급 시스템 때문이다. 추심하는 기술은 일주일만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대부업체에서 고시한 월 5%대 이자률을 연간 이자율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 매월 내는 돈은 이자인데 원금을 냈다고 착각한다. 독촉 전화나 메시지를 받아도 어느 선까지가 불법인지 모른다. 대부업체에 근무한 적이 있는 박씨는 “대출 후에 갚는 돈이 원금의 서너 배인 것을 많이 봤다. 어느 정도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인데 대부업체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피해를 구제하는 곳은?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소비자 대부금융 신고센터가 지난해 7월에 개설됐다. 하루 평균 20여 건의 피해 상담이 있지만 피해 접수로 이어지는 것은 8~10건이다. 이자율 위반이 가장 많다. 신체적 가해나 폭행·구금 신고는 거의 없다. 가장 흔한 피해는 채무 사실을 직장 동료 등 제 3자에게 알리거나 지인하게 갚도록 종용하는 것이다. 사채는 본인이 돈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신고하면 보복받을까 두려워하는데 그런 케이스는 한 번도 없었다. 계약서·각서·현금 이체 기록 같은 증거가 있어야 유리하다.
서민경제회복연대도 2000년 5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여 사채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을 돕고 있다. 제1 금융권을 이용 못하는 사람이 7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갈 곳은 사채밖에 없다. 과도한 추심 때문에 유흥업소로 갔다는 여자도 있었고. 장기까지 팔았다는 남자도 있었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시청 생활경제과 규제를 받지만 단속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