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호랑이'가 '오렌지'를 먹는 날이다. 한국이 2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네덜란드와 결전을 벌인다.
히딩크 감독 이후 한국은 코엘류 시대를 제외하고 본프레레·아드보카트·핌 베어벡 등 네덜란드 출신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오랑캐의 힘으로 오랑캐를 제압하듯, 네덜란드 축구의 힘으로 네덜란드 사냥에 나서는 셈이다.
▲유럽 공포는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은 유럽의 강호만 만나면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이름 값만으로도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송종국은 "예전에는 유럽 팀과 만나면 경기 막판에야 제대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부터 긴장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표팀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스코틀랜드를 4-1로 꺾고, 잉글랜드와는 1-1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2002 월드컵서는 폴란드(2-0승)·포르투갈(1-0승)·이탈리아(2-1승)·스페인(승부차기 5-3승)을 잇달아 격침시키며 기적을 일궜다.
2004년에는 부산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독일의 연승행진에 제동을 걸며 3-1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에는 적지나 다름없는 영국 런던에서 그리스를 1-0으로 격파했다. 한국은 지난 1999년 홈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1-0으로 꺾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클래스 팀 가운데 한국이 꺾지 못한 팀은 네덜란드·프랑스 정도다. 한국은 네덜란드와 한차례 격돌한 바 있다.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0-5 참패다. 이번 홈경기는 설욕전을 펼칠 절호의 기회다.
▲토탈 사커의 힘
하지만 네덜란드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첼시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르옌 로번·맨유의 수문장 판 데르사르 등이 불참했지만 방한 멤버 전원이 유럽 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카윗(27·리버풀)·훈텔라르(24·아약스)·카스텔렌(24·페예노르트)으로 짜여진 스리톱과 미드필더 스나이데르(23·아약스)·판 데르파르트(24·함부르크)등의 파상 공세를 한국 수비진이 어떻게 막아낼 지 주목된다.
FIFA랭킹 6위의 네덜란드는 지난해 독일월드컵 16강서 포르투갈에 0-1로 패한 뒤 6승 3무로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랭킹 51위다.
▲베스트 11 예상
한국은 조재진-염기훈-이천수가 스리톱으로 출격할 전망이다. 중앙 미드필드에는 김두현을 축으로 김남일-이호가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 포백에는 김동진이 왼쪽으로 원대복귀하고 오른쪽에는 송종국의 활약이 예상된다.
중앙에서는 김상식 김진규가 철옹성을 구축한다. 골키퍼는 이운재가 유력하다. 박지성·설기현·이영표 등 프리미어리거 3총사가 없지만 지난 2004년에도 한국은 국내파만으로 독일을 3-1로 제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