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전 전반이 끝난 후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을 때 MVP 투표를 앞둔 기자들은 적잖이 고민이 됐다. 삼성생명은 변연하가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었지만 신한은행은 맥윌리엄스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후보가 없었다. 기왕이면 국내 선수에게 MVP를 주려는 ‘정서’를 감안하면 조금은 곤혹스러운 대목.
그러나 이 고민을 맥윌리엄스는 곧바로 해결해줬다. 전반에만 18득점을 올린 맥윌리엄스는 3쿼터 들어서자마자 6점을 쏟아붓더니 3쿼터에만 15점을 보탰다. 삼성생명의 로렌 잭슨은 힘이 떨어져 후반으로 갈수록 발놀림이 굳었지만 맥윌리엄스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게 더 펄펄 날았다. 4차전에서 17점. 17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펼치고도 1점차로 분패한 아쉬움을 털겠다는 각오가 온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결국 맥윌리엄스는 팀 득점과 리바운드의 절반이 넘는 37점을 넣고 18리바운드를 건져올리는 원맨쇼로 MVP에 등극했다. 73표 중 62표의 몰표. 수상자 발표 전 팀 동료들은 ‘TJ~’ 하며 맥윌리엄스의 애칭을 연호했고 예상대로 이름이 불리자 맥윌리엄스는 눈물을 글썽였다.
그물 커팅을 하며 눈물을 쏟은 맥윌리엄스는 “(미국을 포함해)MVP는 개인적으로 처음이다. MVP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이겼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팀이 어려울 때 큰 역할을 해준 하은주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겸손해했다.
또 전날 1점차 분패가 아쉬워 새벽 4시께야 잠이 들었다는 맥윌리엄스는 “(전날)마지막에 던진 슛과 놓쳤던 레이업슛 4개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남편이 오늘 분명히 이길 거라고 말해줘 위안이 됐다. 남편이 부탁한 챔피언 모자를 가져갈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맥윌리엄스는 우승과 MVP의 감격을 충분히 누릴 사이도 없이 7일부터 시작되는 미국 국가대표팀 합류를 위해 6일 출국한다. 미국 국가대표팀에는 여자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중 맥윌리엄스·타미카 캐칭(우리은행)·앨래나 비어드(금호생명)를 비롯해 20명이 소집됐으며 2주간의 훈련 후 12명을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