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주빈’은 16세 후지카와…미셸 위는 지나가는 ‘객’
"오~! 세상에 기적을 이루다."
만 달러의 소녀 스타' 미셸 위(18·한국명 위성미·나이키골프)는 PGA투어 소니오픈(총상금 520만 달러)에서 14타(2R 합계 154타) 차이로 컷 통과에 실패하고 기자회견을 마쳤을 때, 클럽하우스에서 좀 떨어진 18번홀 그린에서 천둥소리와 같은 환호성을 들었다.
분명 자신을 향한 환호성은 아니었다. 미셸 위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미셸 위의 입에서는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을 이루다니…. 훌륭하다,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라는 탄성이 새어 나왔다. 미셸 위의 감탄사처럼 소니오픈이 열리고 있는 하와이는 온통 16세 소년의 PGA대회 컷 통과로 난리다.
미셸 위보다 두 살이나 어리고 키(183cm) 또한 28cm나 작은 일본계 미국인 아마추어 후지카와 태드(16·155cm·최장 드라이브 샷 344야드 구사)는 PGA투어에서만 무려 7차례나 연속 컷 통과에 실패한 미셸 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PGA투어 도전 두 차례(소니오픈 첫 도전)만에 컷 통과의 꿈을 이뤄버렸다.
PGA투어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의 컷 통과 기록이다. 최연소 컷 통과자는 1957년 15세5개월의 나이로 캐나다오픈 본선에 진출한 봅 패너시크였다. 50년만의 진기록이고 쾌거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은 그가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둘 것인지에 쏠려 있다.
16살짜리 소년으로 인해 미셸 위는 더욱 더 작아져버렸고, 팬들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태드에게 집중됐다. .
14일(한국시간) 하와이 호놀룰루 와이알레이CC(파70·7060야드)에서 속개된 대회 3라운드. 대회장은 전혀 예상치 못한 '신동의 샷'을 감상하기 위해 갤러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와이 모아나루아고교 2년생인 태드는 2라운드까지 3언더파 137타(공동 25위)로 컷 통과(기준 이븐파 140타) 기준보다 3타나 낮은 성적으로 본선에 진출한 뒤 3라운드에서도 4언더파를 몰아치는 맹타를 휘둘러 중간합계 7언더파로 공동 8위에 올랐다.
특히 태드는 2라운드 18번홀(파5·551야드)에서 344야드의 드라이브 샷을 날린 뒤 남은 207야드를 6번 아이언으로 세컨 샷, 볼을 핀 4.5m에 떨군 뒤 이글을 낚아냈다. 최경주가 3라운드 18번홀에서 기록한 335야드보다 9야드나 더 멀리 날아간 거리다.
태드는 "18번홀에서 허공으로 어퍼컷을 날릴 때 마치 축하 케익에 불을 붙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미숙아에서 유망주로. 후지카와 태드
후지카와 태드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출생 직후 이야기로 인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 태드는 어머니 로리의 뱃속에서 3개월 반이나 일찍 세상에 나왔다. 의사들은 몸무게가 1㎏도 되지 않는 태드의 생존 가능성을 50%로 봤고 고비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정신지체 등의 장애를 겪을 것으로 진단했다.
태어난 후 3개월 동안 병원에서만 머물면서 생사를 걸고 내장기관을 연결시키는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6개월 후에도 몸무게가 4.5㎏에 그쳐 부모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지금은 로리가 “세상을 일찍 보기 위해서 그렇게 빨리 태어난 것 같다”고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지만 “살 수 있겠다”는 진단은 태어난지 1년이 넘어서야 받을 수 있었다.
항상 태드의 건강을 염려한 그의 부모는 일찍부터 운동을 권했다. 처음에는 유도에 관심을 보였던 태드는 8살때 골프를 시작해 4년전부터 본격적으로 골프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에는 PGA티칭 프로에게서 레슨을 받았지만 지금은 홀로 연습하고 있다. 하지만 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늘 멀찌감치서 경기를 바라보는 로리가 어느 티칭 프로보다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태드는 지난해 6월 PGA투어 US오픈 지구예선을 통과하며 본선 진출권을 따내 이미 한차례 큰 주목을 끌었다. 1941년 14살의 나이로 US오픈 본선에 출전했던 티렐 가드에 이어 대회 역사상 두번째 최연소 참가자. 본선 무대에서는 14오버파로 컷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155㎝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로 골프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최창호 기자 [chchoi@ilgan.co.kr]
하남직 기자 [jiks@je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