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체인가.
이승엽(30·요미우리)이 하체 재활훈련에 모든 것을 걸었다. 놓쳤던 홈런 타이틀을 따내고, 4년간 30억엔으로 추정되는 몸값을 하기 위한 키워드는 단연 하체다.
이승엽은 지난달 귀국 때부터 지금까지 하체 보강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지 왼 무릎 수술 탓에 잃어버린 근력을 되찾겠다는 뜻만은 아니다. 수술 전보다 더 강한 하체로 더 많은 홈런을 때릴 힘을 만들고, 투수가 던지는 위협구와 유인구를 이겨내겠다는 의지다.
▲7㎝ 두고 투수와 전쟁
이승엽은 "일본투수들은 타자의 신경을 잘 건드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투수들은 무릎이나 머리를 향해 아슬아슬한 공을 던지다가(위협구)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아래로 휘는(유인구) 공으로 이승엽을 괴롭혔다. 특히 이승엽의 성적이 좋았던 올해는 도가 심했다.
센트럴리그 투수들은 더 영악했다. 지바 롯데 시절에 상대했던 퍼시픽리그 투수들보다 파워가 떨어지지만 정교한 컨트롤과 날카로운 변화구로 이승엽을 상대했다.
야구공의 둘레는 22.9~23.5㎝, 지름은 7㎝ 정도다. 대부분의 일본 투수는 공 하나 정도를 스트라이크존에 넣고 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래픽에서 1이나 2로 꽂힌 공은 위협구. 3이나 4는 그저 몸쪽의 '볼'로 여겨진다.
위협구를 던진 뒤 바깥쪽으로 공을 던졌다가 갑자기 5나 6코스의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지면 타자는 볼로 오인하기 쉽다. 결국 1과 2는 그 자체로 타자에게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5나 6을 던지기 위한 셋업피치인 것이다. 일본 투수들은 위협구와 몸쪽볼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한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특히 좌투수가 던지는 7또는 8코스도 신경을 건드리는 부분. 몸쪽 선구에만 신경 쓰다가는 멀리 달아나는 유인구에 속수무책이다. 이승엽은 "볼은 안치고 스트라이크만 치기 위해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야구의 기본이지만 이승엽에게도 여전한 숙제다.
▲하체근력 회복에 올인
이승엽은 "위협구와 유인구에 대처하기 위해서 하체 보강이 절실하다"라고 했다. 하체로부터 힘을 모아 홈런을 치겠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긴 말이다.
이승엽은 시즌 막판 무릎 부상이 심각해지면서 "이 상태로는 홈런을 치기 어렵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하체가 탄탄하게 버텨줘야 공을 조금이라도 오래 볼 수 있다. 무릎이 좋지 않아 선구 타이밍이 빨라졌다. 위협구에 민감해졌고, 유인구에 급하게 몸이 따라갔다.
이승엽은 고질적으로 무릎 통증을 갖고 있다가 후반기에 악화됐다. 현재 하체 근력이 떨어져 있지만 통증을 떨쳐낸 것은 호재다. 평소 만큼의 파워만 회복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 이승엽은 이를 위해 헬스클럽과 사우나에서 하체훈련만 매일 1시간 이상씩 소화하고 있다.
강한 하체는 위협구에도 타격의 축이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또 강한 허벅지 뒷 근육은 당긴 활시위처럼 공을 기다렸다가 근력을 튕길 수 있도록 버팀목 역할을 한다. 유인구를 참아낼 시간을 벌어주고, 좋은 공을 때려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이승엽은 올해 센트럴리그 홈런 2위(41개) 타율 2위(0.323)에 올랐지만 삼진도 4위(126개)를 기록했다. 상대 투수들은 이승엽을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이승엽이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하체 강화가 필수다.
김식 기자 [seek@je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