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종목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금메달을 따낸 남자 하키와 여자 핸드볼에는 아저씨·아줌마들의 투혼이 큰 힘이 됐다. 가정에 충실할 수 없는 그들은 가족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을 꺾고 아시안게임 2연속 우승을 차지한 한국 남자하키선수들이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조성준 남자 하키 감독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알 라이안 스포츠클럽에서 중국을 3-1로 꺾고 대회 2연패에 성공한 후 유부남 베테랑 3인방인 고동식(33·김해시청) 여운곤(32·김해시청) 김용배(32·성남시청)를 칭찬했다.
그는 “노장들이 항상 솔선수범하고 몸 관리도 철저해 후배들이 따라오게 만들었다. 너무 고맙다. 기회가 되면 3명 모두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함께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강태구 핸드볼 여자 감독도 지난 14일 금메달을 딴 후 “허영숙(31·쾰딩) 허순영(31·오므론) 우선희(28·삼척시청) 등 아줌마들이 든든하게 잘해줬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유부남·유부녀들은 가정에 충실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2세와 관련해서는 상반된 처지다. 15일 남자 하키 결승전에서 2골을 넣으며 역전승의 주역이 된 여운곤은 “우승해 너무 기쁘다. 아들(4) 딸(2)이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김해 집에 가니 둘째는 아직 아빠 얼굴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고동식은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가 있다. 올해 초 결혼한 김용배도 갓 태어난 딸이 있다. 그는 “8월에 첫딸이 태어날 때 호주 전지 훈련 중이라 옆에 있지 못해 늘 미안했는데 금메달을 따 다행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자 선수들은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2세 계획은 한참 뒤로 미뤄야만 한다. 결혼 7년차인 허영숙은 현재 남편과 함께 덴마크에 진출해 뛰고 있다.
그는 “팀에서 마련해준 집(2층 건물의 한 층)에서 살고 있다.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2세 계획을 묻자 “선수 생활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힘들지 않겠나. 남편에게 그 점에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허순영은 올해 결혼식을 올린 새색시지만 신혼 생활을 외국에서 하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이 끝나고 2004년 10월에 결혼한 우선희는 “남편이 처음에 아이를 빨리 갖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미 늦은 거 천천히 갖자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