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77세를 일기로 타계한 ‘박치기왕’ 김일 씨의 자서전이 일본에서 출간됐다.
일본의 유명출판사 고단샤(講談社)는 12일 ‘오오키 긴타로(大木金太郞·김씨의 일본이름) 자전 전설의 박치기왕’이라는 제목으로 김씨의 회고록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일간스포츠(IS)가 ‘굿바이 김일’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일본서 출간된 이 자서전은 일간스포츠가 올해 4월 7일부터 9월 30일까지 100회에 걸쳐 연재한 ‘내 머리를 돌덩이로 만들어’를 김씨의 사진들과 함께 묶은 것으로. 레슬러 김씨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열정을 응축해 담은 것이다.
▲지난 9월25일 서울에서 고 김일 선생(왼쪽), 권태정 일간스포츠 부사장(가운데), 도모 일본 고단사 출판사 조인식 후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한 스포츠 영웅의 삶이 회고록 형식으로 한국과 일본서 동시 발간되기는 김씨가 유일하다. 일본에선 김씨의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보다 한차원 높은 한·일 스포츠 문화 교류는 물론 얼어붙은 한·일 외교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단샤측은 이 책의 추모 출판기념회 타이틀로 ‘한·일 우호 친선 추모 출판회’로 정하고. 일간스포츠 지원 하에 한국과 일본의 정·관계와 학계. 스포츠·문화·예술계 인사 500여명을 초청했다.
13일 오후 6시 도쿄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에서 개최되는 이번 한·일 추모 출판기념회에 한국에선 신중식 민주당 의원·나종일 주일대사·이철 철도공사 사장·임진출 전 한일의원연맹 문화 사회 분과위원장·정진 재일거류민단장·이시형 동경거류민단장·박준영 을지병원 이사장·이재만 변호사·김씨의 후계자 이왕표·삼중스님 등 50여명이 참석하며. 문희상 한일의원연맹회장이 한국측 발기인 대표로 참여했다.
또 70년대 김씨와 혈전을 벌였던 라이벌 압둘러 부처 WWA 회장도 참석한다. 부처는 지난 30일 한국서 열린 출판기념회에도 참석. 국경을 뛰어넘은 우정을 과시한 바 있다.
축하 화환과 한류스타들의 사인도 잇따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화갑 민주당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한류 스타 배용준 등이 행사 당일 축하 화환을 보내고. 이병헌·이영애·박용하·이준기 등은 고단샤측에 자신들의 친필 사인을 보내 한류 원조 김씨의 추모 출판회를 축하해줬다.
일본에선 모리 요시히로 전 총리 내외 등 일본 정계 인물 100명과 김씨의 후배였던 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 역도산 마지막 제자 고크네. 역도산의 부인 다나카 게이코씨도 자리를 함께한다.
도모 고단샤 사장은 “김일씨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김씨의 자서전은 한국과 일본의 가교로서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95년 4월 일본 도쿄돔에서 거행된 은퇴식에서 “이젠 한국과 일본의 가교자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김씨의 후원회장 임진출 전 의원은 “한국과 일본에서 발간된 김씨의 회고록은 김씨의 바람처럼 새로운 한·일 동반 관계의 돌파구 역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도쿄=정병철 기자 [jbc@ilgan.co.kr]
●도쿄스포츠 김일씨 2006년 프로레슬링 대상 선정
도쿄스포츠 신문은 12일 김일씨를 2006년 프로레슬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도쿄스포츠는 “김씨는 생전에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레슬링을 통해 한·일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던 영웅”이라면서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신문사 에바타 편집국장은 “김씨는 프로레슬링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동반 관계를 형성했다”면서 “김씨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25일 도쿄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