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넥슨 하면 떠오르는 것은? <카트라이더> <메이플 스토리> <마비노기> 등 가볍고 친숙한 게임들일 것이다. 게임을 통해 ‘남녀노소 즐거운 놀이터를 만들자’는 것이다.
넥슨의 이 같은 모토는 내부의 치열한 검증 체제인 ‘허들시스템’과 개발사 우대 전략에서 나온다. 허들시스템을 주창하고. 스튜디오 체제를 게임사 중 처음으로 도입한 개발 스튜디오 데브캣의 김동건(32) 본부장을 만나 봤다.
▲출근 체크를 카드로 하는 데브캣 사무실 전경.
▨ 프로젝트 단위가 아니라 스튜디오다
한국의 게임 개발은 대부분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된다. 성공하면 몸값을 높여 다른 회사로 떠나고. 실패해도 책임을 지고 떠난다. 게임은 있으되 남아 있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게임업계 전체가 노하우를 전수할 수도 없고 게임 관리에도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김동건 데브캣 본부장은 이런 문제점을 간파하고 2002년 스튜디오 체제를 도입했다. 프로젝트로 사람을 모으는 구조가 아니라 전문가를 집단화해 사람 위주의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그래야 성공과 실패 모두 노하우로 축적된다는 것.
“한국에서는 게임 개발 과정이 객관적인 평가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경영진의 ‘시원찮으면 접자’는 한마디에 좌우됩니다. 개발자들은 ‘왜 안밀어 주느냐’고 아우성이구요.”
허들시스템과 데이터 축적. 인사권 독립 등도 그가 밀어붙여 이뤄냈다. 그가 주창한 허들시스템은 개발자와 경영진이 무릎을 맞대고 각 단계마다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 허들을 통과하도록 하는 체제다.
그는 “스타 한 명이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젠 팀브랜드 시대다”라며 “한 프로젝트를 3년 하고 나면 직급이 상승되고 연봉도 올라 다시 팀원으로 내려가거나 실무 투입이 곤란해진다. 이런 악순환을 막는 것이 스튜디오 체제다”라고 설명했다.
▲김동건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 본부장.
▨ 출근도 게임처럼. 퀴즈 풀며 출근 체크
데브캣은 강남 선릉 근처 넥슨의 4개의 빌딩 중 원래 넥슨 건물이었던 세광빌딩을 홀로 쓴다. 개발 이외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직원 110명의 개성도 톡톡 튄다.
데브캣의 출근 시간은 8시. 퇴근 시간은 5시로 칼퇴근을 강요(?)당한다. 김 본부장이 ‘게임사 직원은 밤샘 야근이 잦고 괴짜·폐인이다’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전격 실시했다. 업무 시간에 일을 철저히 하고 나머지는 충전 시간을 가지라는 것. 그래서 그런지 데브캣은 넥슨 타개발사보다 결혼율이 높고 이직률도 월등히 낮다.
재미있는 것은 출석 체크다. 출근하고 컴퓨터를 켜면 사람 사진이 뜨고 그 사람 이름을 맞혀야 한다. 못 맞히면 출근 시간이 그만큼 늦어진다. 틀리는 것은 5번까지 허용된다. 그러다 보니 직원 110명 모두 서로 얼굴을 잘 알게 됐다. 그날 기분 등을 적는 출근 메시지도 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다.
그는 데브캣을 ‘독특하고 창조적인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했다. 그다지 폭력적이지 않고. 여성들이 좋아할 게임을 만드는 것이 데브캣의 목표다. <마비노기> 는 탤런트 김희선을 비롯해 여성 유저가 30%나 된다.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마비노기> 마비노기> 메이플> 카트라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