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한국계 NFL 스타 윌 뎀프스, 할리우드도 관심
하인스 워드(피츠버그 스틸러스)에 이어 또 한명의 미국프로풋볼(NFL) 한국계 스타가 떠오르고고 있다. 할리우드 진출도 가능한 스타이다.
뉴욕 자이언츠의 최후방 수비를 담당하고 있는 세이프티 윌 뎀프스(26)가 그 주인공. 5년차인 뎀프스는 통산 태클 238개, 색 4개, 올시즌은 태클 22개를 기록 중인 정상급 수비수다.
동생 마커스(23)도 포지션이 세이프티로 올 시즌을 앞두고 디트로이트와 1년 계약해 NFL '최초의 한국계 형제선수'가 됐다.
뎀프스는 지난달 29일 LA 북부 팜데일에 위치한 모교 하일랜드 고교를 찾아 후배들을 격려하는 한국인 특유의 정(情)도 보여줬다(동생은 무릎 수술로 오지 못했다).
뎀프스는 이날 홈커밍 행사에서 스코어보드 2개를 모교에 기증했다. 또 후배들을 향해 자신의 인생을 예로 들며 "절대 꿈을 잃지마라.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격려했다. 뎀프스는 워드의 스토리와는 사뭇 다르다.
그는 행복한 가정에서 별 어려움없이 자랐다. 대구출신인 뎀프스 어머니 박계옥(52)씨는 21세 때 이민온 뒤 빅토빌의 공군부대 식당에서 일하다 당시 공군에 있던 동갑내기 남편 윌리엄 뎀프스 시니어와 만나 77년 결혼했다.
13년째 세탁소를 운영해온 어머니는 아들의 요청에 따라 곧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의 꿈은 아들이 워드처럼 수퍼보울 무대에서 뛰는 것이다.
▲김치와 라면이 없으면 못산다
뎀프스는 한국문화에 익숙하다. 한국에서 유치원 졸업장을 받았고 이후에도 한국에 자주 놀러갔다. 한국말은 잘 못하지만 기본적인 표현은 한다. 특히 어머니와 농담할 때는 주로 한국말을 한다. "집에 김치와 라면이 없으면 허전하다"는 그는 가장 좋아하는 과자도 '새우깡'이라고 할 정도로 입맛은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한국에서 인종차별을 받기도 했지만 성격이 화통해 상처는 입지 않았다고 한다. 뎀프스는 "98년을 마지막으로 한국에 가보지 못했다"며 "한국의 지하철이 그립고 부산, 제주도에도 놀러가고 싶다"고 말했다. 올시즌이 끝난 뒤 그는 어머니와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풋볼의 길…순탄치는 않았다
그는 13세 때 처음으로 풋볼을 하며 '이건 내 운명'이라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고교 때 풀백, 세이프티, 펀트 리턴 등 공·수·스페셜팀에 모두 가담하는 만능선수로 종횡무진했다. 졸업반 때는 인터셉트 11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남부지역 고교 1위를 차지했다. 터치다운도 학교 최고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어느 대학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일반 학생으로 샌디에이고 스테이트에 들어갔다. 그는 심한 좌절감으로 우울증까지 시달리며 풋볼을 떠날 것까지 고려했다.
이때 뎀프스를 아들처럼 여기는 미국인 친구의 어머니 킴 알렌(54)이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샌디에이고 스테이트 풋볼팀 코치에게 뎀프스의 관련 기사와 비디오 테입을 보여주며 적극적인 로비를 펼쳤다. 결국 그는 기적같이 대학팀에 뽑혔고 이후 최정상급 수비수로 이름을 떨쳤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NFL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않아 두 번째 시련이 왔다. 그는 "평생 동안 되지도 않을 꿈을 쫓는 것인가"라고 자문하며 자신을 질책했다. 그러다 볼티모어 레이븐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희망의 빛이었다. 트레이닝 캠프 때 와서 테스트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볼티모어와 1년 최저연봉 계약을 맺었다.
그는 NFL 사상 처음으로 루키로서 주전 세이프티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2년 동안 1년짜리 단기계약으로 버티다 올시즌을 앞두고 FA로 풀리며 4년간 보너스 포함, 1500만 달러를 받기로 자이언츠와 합의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그는 계약 후 어머니에게 2007년형 벤츠 S550을 선물했다.
하지만 박씨는 "아들이 예전에 뉴잉글랜드전에서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 열심히 뛰는 모습이 생각났다. 아들이 그렇게 힘들게 번 돈인데 함부로 벤츠를 탈 수는 없었다"며 차를 아들에게 돌려줬다고 한다.
▲미래 할리우드 스타?
183㎝ 94㎏의 몸에 모델같은 외모를 자랑하는 뎀프스는 연예계에서도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여자 팝가수 레토야 러킷의 히트곡 '톤(Torn)'의 뮤직 비디오에서 러킷의 연인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또 MTV의 간판프로인 'Cribs'에 나와 한국스타일로 꾸민 자신의 집을 소개하기도 했다.
오프시즌 때는 잡지모델로 활동한다. 드라마 출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지만 풋볼에 전념하기 위해 나중으로 미뤘다. 어머니 박씨는 "내 아들이 다니엘 헤니보다 더 잘생기지 않았느냐"고 웃으면서 자랑하며 "나중에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도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일간스포츠USA=원용석 기자
정리=장윤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