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적엔 산이든 강이든 바다든 “놀러 간다”는 소리만 나오면 어른들이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솥단지였어요. 큰 가마솥은 아니었지만 그 솥에 밥을 지으면 어른 여덟아홉 명은 간단히 해결할 정도의 크기였답니다.
솥단지에 닭 몇 마리 넣으면 닭백숙 잔치가 됐고. 물고기 몇 마리 넣으면 어죽 파티가 됐지요. 솥뚜껑에는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하고. 뒤집어 빈대떡을 지져 먹기도 했지요. 솥단지 하나가 만능 조리 기구였습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아직까지 ‘놀러 가는 것=원정 해먹기’로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요즘은 취사 금지 조치로 아무 곳에서나 불을 피울 수 없어요. 그리고 식구도 줄어 무거운 가마솥은 더 이상 필요 없지요. 대신 휴대용 코펠이나 콘도의 냄비로 ‘원정 해먹기’를 즐기지요.
오늘은 휴가지에서 간단하면서도 5대 영양소까지 골고루 챙길 수 있는 카레라이스를 준비했습니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처럼 쇠고기를 써도 좋지만 물놀이 등으로 지친 몸에 원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돼지고기를 넣었어요. 혹시 해산물이 풍부한 바닷가로 가셨다면 고기 대신 오징어나 새우를 넣어 별미 카레라이스를 즐겨도 좋겠지요.
사랑하는 그녀. 또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두 팔 걷어 직접 만들어 보십시오. 향긋한 카레의 향이 온 가족에게 행복한 추억의 시간을 선사할 것입니다.
*만드는 법 ①감자·당근·양파는 껍질을 벗겨 호박과 같이 깍뚝 썬다. 감자는 따로 찬물에 담가 놓는다. ②돼지고기 안심도 깍뚝 썰어 소금과 후춧가루를 살짝 뿌려 밑간을 해 둔다. ③카레가루는 1컵의 물에 미리 풀어 놓는다. ④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돼지고기를 볶다가 당근·감자·호박·양파를 넣고 반 정도 익힌다. ⑤물 2컵 정도를 붓고 팔팔 끓이다가 불을 줄이고 카레 풀어 놓은 것을 넣고 잘 섞어 가며 걸쭉해질 때까지 다시 끓여 뜨거운 밥에 올려 낸다.
<팁> ■계량하기
음식의 기본은 간입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간이 맞지 않으면 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지요.
재료는 물론이지만 특히 간장·소금·설탕·식초·고춧가루 등 기본적 양념들을 정확히 재서 요리해야 제 맛이 납니다. 요리의 걸음마 단계에 계시다면 적어도 계량 컵과 계량 스푼을 쓴다면 망치는 요리는 면할 수 있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한 컵이라고 하면 200㎖를말합니다. 미국식(240㎖)이나 유럽식(254㎖)은 우리보다 양이 많습니다. 그래도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라면 200㎖로 환산한 것이므로 그대로 따르면 됩니다. 계량 컵이 없을 땐 200㎖가 들어간 우유팩이나 떠먹는 요구르트 통을 이용하면 됩니다.
계량 스푼으로 1큰술 즉 1테이블스푼(Ts)은 15㎖이며. 1작은술 즉 1티스푼(ts)는 5㎖입니다. 그러니 ‘1큰술=3작은술’과 똑같은 양이 되지요. 계량 스푼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밥숟가락보다 약간 큰 편입니다. 계량 스푼 대신 밥숟가락을 쓸 땐 약간 수북하게 담아야 계량 스푼 1큰술이 됩니다.
계량 컵이나 스푼에 물이나 기름이 묻은 상태로 쓰면 안됩니다. 재료가 달라붙어 정확한 양을 잴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재료를 꾹꾹 눌러 담거나 톡톡 쳐서 재료가 촘촘하게 담기게 해도 곤란합니다. 재료가 눌리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떠서 수평으로 깎는 것이 올바른 계량 방법입니다.
유지상 중앙일보 기자 [yjsang@joongang.co.kr] 스타일링=나정원 [a90425719@hanafos.com] 협찬=푸드앤컬처아카데미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