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제7회 농심 신라면배 바둑] 본선 6국 원성진-미무라
2005년 11월 24일 농심호텔 특별 대국실
원펀치, 무대 위로 오르다
본선 6국 제1보(1~5)
드디어 `원펀치`의 등장. 지난 5회 대회 2라운드, 바로 이곳 부산에서 신명 나는 3연승을 올리며 한국 우승의 견인차가 됐던 원성진 7단이 무대 위로 올라섰다. 올해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요즘 원성진은 우울하다. 1985년 소띠 해 동갑내기로 한때 정상의 이창호를 위협하는 `황소 트리오`(박영훈.원성진.최철한) 중에서도 가장 앞에 있었다. 그러나 LG배 세계 기왕전 4강에서 2년 연속 이창호의 벽에 막혀 밀려나고, 그 전후의 천원전 결승에서 최철한에게 역전패하면서 단숨에 부진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숨이 턱에 차는 정상의 8부 능선을 단 한 번이라도 돌파하느냐, 못 하느냐. 그 한 호흡의 차이가 오늘날 타이틀 홀더의 자리에서 이창호와 어깨를 겨루는 박영훈.최철한과 원성진의 차이다.
그러나 아직은 끝이 아니다. 인생의 출구는 항상 열려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모든 문이 다 닫히지 않는 게 삶의 법칙이다. 한쪽 문이 닫히면 한쪽 문은 반드시 열린다.
대국 시각은 오후 2시. 10분 전 미무라 9단이 먼저 대국실로 들어선다.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물을 한 잔 따라 마시고 눈을 감는다. 평정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
그리고 8분 후 입회인 김인 9단이 손목시계를 들여다볼 때 원성진이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젊은 프로들의 대국실 입장 시간은 초읽기에 맞추기라도 하듯 늘 정확하다. 어쩌면 그것도 속기전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의 반영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