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이 이제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래도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남기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활용 방법 가운데 하나로 여행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책과 씨름하는 데 온 정열을 바친 까닭에 선뜻 집을 나서기가 두려울 수 있다. 이럴 때는 사찰에서 운영하고 있는 템플 스테이를 이용해 보자. 잠시나마 속세를 떠나 명상과 사색을 통해 그동안 공부에 찌들어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정체성을 찾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현재 전국 49개 사찰에서 `산사로의 초대`란 이름으로 템플 스테이를 실시하고 있다.
■템플 스테이(Temple Stay)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템플 스테이는 말 그대로 자연환경과 불교 문화가 어우러진 사찰에서 묵으면서 수행자의 일상과 마음의 휴식 및 전통 문화를 체험하는 일이다.
이른 새벽 아침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 깨끗하고 맑은 음식으로 공양한 다음 단정히 앉아 마음을 비우는 참선을 통해 정신적 수양을 경험한다. 때로는 고즈넉한 숲길을 산책하면서 일상의 잡착을 잠시 벗어두거나 차 한 잔을 음미하면서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도 있다.
이렇듯 템플 스테이란 일상에서 잊어 버린 전통 문화와 자연과 하나되는 마음 자세에서 본래의 내 모습을 찾고, 풍요로운 마음을 갖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템플스테이 일정
기본적으로 오후 1시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입재식부터 다음날 오후 1시 집으로 돌아가는 회향식까지 24시간 1박 2일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2박 3일 일정의 프로그램도 있다. 그동안 행자들은 `자신을 성찰하고 대자연과 만인에 감사하는 마음, 대중의 화합과 질서, 청정한 삶의 의지`라는 속뜻을 품고 있는 발우공양을 경험하고, 스님들과 차를 마시며 사찰의 전통 의식인 다도를 배우면서 수행 상담도 나누게 된다.
이 같은 기본 일정을 바탕으로 사찰의 성격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비용은 사찰마다 프로그램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만~5만 원(1박 2일 기준) 선이다.
■산사로의 초대
▲경북 경주 골굴사(054-744-1689)
선무도라는 불교의 독특한 무예를 특화시켜 템플 스테이를 진행하는 사찰로 해마다 2만 4000여 명의 국내외 행자들이 참가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선무도란 깨달음을 위한 실천적 방편으로 선요가, 명상, 선기공, 선무술을 아우르는 수행법으로 불교의 전통 무예를 특화시킨 것이다. 골굴사는 1992년부터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선무도를 가르치는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어찌보면 템플 스테이의 효시인 셈이다.
선무도 수행뿐만 아니라 발우공양, 예불 등 사찰 고유의 생활 양식도 빼놓지 않는다. 참가 자들은 오전 수련 후에는 수많은 악업을 반성 하고 더욱 진실된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세우 는 108배를 하고, 점심 공양 뒤에는 사찰 청소 와 보수 작업과 함께 농사일 등을 도우며 스스 로의 게으름을 꾸짖고 체력을 단련하는 울력에 도 참가해야 한다. 인근 석굴암,감은사지,문 무왕 수중릉 등을 참배하는 순례 프로그램도 있다.
▲전남 해남 미황사(061-533-3521) 룏남도의 금강산룑이라 불릴 정도로 사계절 언 제나 수려한 자태를 간직한 달마산을 배경으로 한반도 최남단 땅끝에 위치한 사찰이다. 1250여 년 전인 749년 세워진 미황사에서 실시하는 템 플 스테이는 담백하고 단정하다. 일단 절에 들 어가면 산문 밖 출입을 하지 않고,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 현대 문명과는 단절한 채 스스로를 돌 아보는 데 정진해야 한다. 늦어도 오후 5시까지 는 참가해야 한다. 이후에는 다른 사람의 수행 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미황사의 매력은 이같은 프로그램 외에도 서 해 바다의 아름다운 낙조, 달마산의 동백나무 와 북가시나무 군락지 등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 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부산 범어사(051-508-3122) 선체조와 호신술을 혼합한 불무도 수행으로 이름이 높다. 경주 굴곡사와 마찬가지로 이곳 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것으로 불무도는 참선 수행법과 관련이 깊다. 기본적 유연성을 기르 는 수련부터 시작해 다리 위로 넘기기, 배 밑에 손 모아 상체 젖히기 등 난이도 있는 수련까지 이어진다. 범어사는 템플 스테이 진행 장소를 휴휴정사 로 정했다. 옛 선사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견성 성불 이전에 결코 밖으로 나서지 않았던 곳이 다. 템플 스테이에 대한 사찰 측의 배려가 흠뻑 묻어나는 대목이다.
▲공주 마곡사(041-841-6226) 마곡사 포교 주임 마가스님이 진행하는 자비 명상 프로그램으로 중앙대학교 교과 과정에 채 택될 만큼 유명하다. 1박 2일의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비우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즉 뭔가 큰 것을 얻어 가기보다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쉬도록 하 는 것이 기본 목적이라는 것이다. 자비 명상이란 위빠사나 명상법 가운데 하나 로 우선 집단 상담 기법을 통해 자기 안의 근본 적 상처를 드러내고 이를 치유해 그 안에 자비 를 담는 법을 배운다.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안 의 근원적 미움과 분노 등의 실체를 제대로 알 아 녹여낸 다음 온전한 자비를 나부터 시작해 가족 이웃 주변의 모든 사람,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까지 방사하는 연습을 하게 되는 과 정으로 진행된다. 이 밖에
▲무릉계곡의 비경과 추암 일출을 지 척에서 감상할 수 있는 강원 동해 삼화사 (033-534-7676)
▲대적광전에서 저녁 예불을 마친 뒤 주지 스님의 재미있는 해석으로 법문을 들을 수 있는 전북 김제 금산사(063-246-3679)
▲쏟아질 듯한 별들이 총총히 떠 있는 새벽 하 늘, 이른 아침 전나무 숲의 고요, 울력과 아침 공양을 마친 뒤 차탁에 둘러앉아 배우는 정겨운 다도 등이 재미있는 전북 부안 내소사 (063-583-3035) 등도 가 볼 만하다.